2016년 내가 뽑은 올해의 책 12위는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누운 배]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뽑은 이유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기업문화에서 부딪히는 보수적인 문화와 서열 문화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이 중국에 위치한 한국의 신생 조선소에서 3년간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이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건조 중인 배가 눕게 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항상 그렇듯이 책임지는 사람들은 없고, 사실과 비리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러다가 희생양을 찾게 되고 주인공의 상사와 동료 중 일부가 그 희생양이 되어 쫓겨나간다. 정작 배가 침몰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 임원들은 아무런 징계 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보존한다.
그리고 회사는 새로운 개혁을 하기 위해 한국에서 대거 임원들을 영입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라인과 파벌들만 생기게 된다. 의욕적으로 회사를 개혁하려던 신입 사장은 열정적으로 일을 하려 하지만, 회장의 라인의 이사들에게 막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즈음 회장은 건조 중이던 누운 배를 일으켜 세우기로 결정한다. 막대한 재정과 막상 일으켜 세워도 아무런 이득이 없는 일이지만, 아무도 회장님의 결정에 반대하지 못한다. 결국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손해만 보게 되고, 또다시 그 책임은 회장이나 임원들이 아닌 회사를 개혁하려 했던 사장이 지게 된다. 결국 사장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회사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 자신도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썩은 배를 끌어올렸을 때의 주인공의 심정이었다.
"이미 썩은 배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듯 황 상장은 자신의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썩은 배를 어찌할 수 없듯, 썩은 회사도 어찌할 수 없을 터이었다. 이런 것이 회사였다. 이런 회사들이 돌아가는 곳이 세상이었다. 어리석은 사람은 저 사람들이 아니라 황 사장일지도 몰랐다. 나는 결국 모든 것이 썩었고 썩은 것은 썩어 문드러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는 냉소와 비관을 지울 수 없었다. (P 270)"
만약 이 소설을 지금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온갖 비리와 어설픈 행정으로 부두에서 건조 중에 침몰한 배, 그래서 물속에서 썩은 배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배가 썩어서 못 쓰게 된 것을 확인하는 심정이 지금은 현 시국과 겹치게 된다. 과연 대한민국을 개혁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속한 기업과 공동체를 개혁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냉소와 비관만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얼마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는지... 한 개인이 열정과 꿈을 가지고 회사에 입사해서 부딪히게 되는 조직문화의 병패를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리얼리즘 소설이기 때문인지, 신인 작가의 소설 때문인지 소설의 진행과정이 매끄럽지 않고, 부차적인 사건들이 많아 소설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와 기업문화의 병폐를 보여 주는 면에서는 뛰어난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