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내가 뽑은 올해의 책 16권 중 11위는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한때는 2개 정도의 월간 문예지를 정기구독하고, 3-4개 정도의 계간지를 정기구독할 만큼 나름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런 관심이 멀어지고 이제는 겨우 2-3개 정도의 문예지만을 구독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빠지지 않고 구입하는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내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매년 구입해서 읽는 이유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점점 이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이 새로운 형식과 소설 기법만을 강조하면서 읽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물론 심사위원이나 문단 관계자가 보는 시각은 다른겠지만, 나같은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점점 작가와 대중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올해 [젋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오랫만에 다시금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무척 반가웠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라는 소설은 시대적인 고민과 함께, 소설적인 재미도 함께 담고 있었다. 읽고 난 후에도 그 감동이 남아 작품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소설은 읽을 때뿐만 아니라 읽고 난 후에 더 깊은 감동이 남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회사 내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필용이란 사내가 회사 지하의 시설관리과로 내려가면서부터 시작된다. 필용은 무료한 점심시간을 달래기 위해 종로까지 걸어서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찾는다. 그리고 젊은 날 같은 과 후배였던 양희와의 관계를 생각해 낸다. 양희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필용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이 단지 오늘뿐이며 내일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담담한 양희의 고백에 필용은 오히려 모욕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삶의 치열한 전장 속에 있는 필용에게 오늘의 사랑만을 말하는 양희의 사랑을 와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고 패잔병이 된 필용은 종로에서 우연히 양희의 연극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금 그 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필용의 모습은 어쩌면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중년 남성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성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의 삶으로 뛰어든 남자. 오늘의 사랑만을 인정하는 양희의 사랑을 거부하고, 확실한 미래의 사랑을 잡으려 했던 남자. 그러나 결국 삶의 전쟁터에서 쓸쓸한 패잔병이 되어 다시금 옛추억으로 돌아오는 남자... 그런 한국 남성들의 슬픈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었다.
그 외에도 장강명 작가의 [알바생 자르기]라든지, 김솔의 [유럽식 독서법]등이 기억에 남는 수상작품집이었다. 2017년에는 또 어떤 소설가와 어떤 작품들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릴까. 개인적인 바람은 너무나 독자와 거리감이 있는 현란한 기법과 문학사조를 들고 나오는 소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치도, 종교도, 문학도, 대중과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 자기만의 성을 쌓는 것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