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내가 뽑은 16권의 올해의 책 10위는 제 6 회 혼불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한 [고요한 밤의 눈]이다. 혼불문학상 역시 매년 읽는 문학상 수상 작품인데, 올해는 조금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 당선되었다. 작년에 당선된 [나라 없는 나라]는 구한말 동학운동을 일으켰던 전봉준 장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올해 당선작은 매우 세련된 현대적 감각의 소설이면서도, 날카로운 시대 비판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우선 [고요한 밤의 눈]이라는 소설은 스파이 소설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가정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소설에서는 그들을 스파이라고 부른다.
어느 날 병원에서 깨어난 스파이 X는 잠에서 깬 후 15년간의 기억이 없다. 그를 병원에 데려다준 여성이 Y는 자신이 한때 X와의 연인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모두 조작된 것이다. 기억을 잃기 전 X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파이 활동을 그만두려 했고, 이것을 눈치챈 조직은 X의 기억을 지운다. 그리고 Y를 통해 X의 기억을 조작하고, 다시 스파이 활동을 하게 한다.
소설은 스파이 조직의 사람들과 그 스파이 조직에 감시 당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조직은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 위험이 되는 사람들을 감시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길들인다. 이렇게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시켜 가고,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조정을 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공감은 가지만,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말에 최순실 게이트 경험하고 난 후에는 정말 이런 조직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런 조직의 존재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카프카의 [변신]과 같이 하나의 상징성을 통해 세상에 길들여 있는 우리들의 의식을 깨우는 소설이다. 결국 아무런 생각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 의식이 잠식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자본주의 사회는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점점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정신없이 사회가 움직이는 속도를 쫓아 살아가도록 우리는 조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카프카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섞어 놓은 것처럼 모호하고 암시적인 내용들이 많이 읽히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국소설의 새로운 시도를 높이 사는 부분에서 아주 주관적으로 내가 읽은 책 중 올해의 책의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