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내가 뽑은 올해의 책 16권 중 9위는 2016년에 우리나라 새롭게 소개된 프랑스 작가 델핀 드 비강의 [길 위의 소녀]이다. 원래 이 책은 2007년 발표 후 다음 해 3대 문학상으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 콩쿠르 상 후보에 오르고, 프랑스 서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09년에 김영사에서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천재소녀인 '루'라는 소녀가 길거리 소녀인 '노'를 만나면서 겪는 성장소설이다. 루는 월반을 거듭해서 나이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천재소녀이지만, 동생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학교 리포트를 쓰기 위해 우연히 노숙자에게 접근을 하다가 길거리 소녀인 노를 알게 된다. 리포트를 모두 작성했지만, 그녀는 노를 차마 잊어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노를 통해 루의 집은 활기를 찾고, 엄마도 회복된다. 노 역시 알코올중독과 방탕한 삶을 버리고 취업을 하며 새 삶을 산다.
그렇게 모든 것이 좋게 전개될 것 같지만, 노는 힘들게 직장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지배인과 힘든 여건들 통해 다시 방탕한 삶으로 돌아가고, 결국 루의 집에서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루는 끝내 노를 포기하지 않는다.
많은 성장소설이 있는데, 굳이 이 책을 나름 올해의 책으로 뽑은 이유는 어린아이의 눈에서 바라본 사회에 대한 모순을 보여주며, 또한 한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은편 카페 아줌마가 물루 아저씨의 개를 거두었다. 사람들은 개는 거두어도 노숙자는 자기 집에 들이지 않는다. 나는 우리 모두가 한 집에 한 사람씩만 노숙자를 맞아들인다면, 한 사람이 한 명만 맡아서 돌보기로 결심한다면,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명만 도와주고 함께해준다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사정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복잡한다. '사물은 존재하는 바로 그대로다.' 그리고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렇다, 어른이 되려면 분명히 그런 걸 받아들여야 한다." - P 92-3
"우리는 초음속 비행기를 띄우고 우주에 로켓도 발사한다. 머리칼 한 올이나 미세한 살갗 부스러기 하나로 범인을 잡아내고 삼 주나 냉장고에 처박아두어도 주름 하나 잡히지 않고 싱싱하게 유지되는 토마토를 만들어내며, 손톱만 한 반도체 칩에 수십억 가지 정보를 저장한ㄷ. 우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 - P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