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실세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유대인 가문이 로스 차일드 가문과 같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숨은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실세들은 존재할까?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의 위기도 알고 보면 그 소수의 힘에 의해 조작된 것일까? 이 책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소수의 집단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음모론을 파헤치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저자가 실제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서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경험하고 체험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네트워크에 의해 움직인다고 본다. 이 네트워크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기도 하고, 기업이나 금융과 같은 경제 단체와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관계 속에서 중심적인 관계를 이루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이것을 슈퍼 허브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소수의 슈퍼허브에 의해 세계 경제 시스템이 움직여진다고 본다.
"네트워크 과학은 네트워크의 구조와 행동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형태가 없는 듯 보이는 관계망이 형성되는 양상 행동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형태가 없는 듯 보이는 관계망이 형성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네트워크는 연결선(link)으로 불리는 경로로 이러지는 '교점(node)으로 구성된다.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모든 네트워크는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다. '선호적 연결(perferential attchment)' 법칙에 따르면 모든 교점은 가장 많이 연결된 다른 교점과 이어지기를 원한다. 많이 연결될수록 개별적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중심에 자리 잡고 가장 많이 연결된 교점은 '슈퍼허브'로 불린다. 네트워크 과학을 금융계에 접목하면 특정한 사람들이 지위와 접근권 그리고 사회자본의 거래 잠재력을 활용해 슈퍼허브가 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P 26)
이들 슈퍼허브들은 특정한 관계와 정보, 금융 등을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한다. 이런 슈퍼허브들의 관계를 맺는 대표적인 모임이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이라는 것이다. 이 포럼에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2500명의 소수 인원만을 초빙한다. 이 포럼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여러 가지 토론과 강의들이 개최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모임들을 통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는 것이다. 저자는 이 포럼에 3일만 참석하면 3개월의 출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세계 경제는 사람과의 관계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지고, 이 시스템 중 소수만이 부와 권력,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슈퍼허브들이 단순히 돈만 좇는 사람들은 아니다. 저자는 슈퍼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중에서 자기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지 소로스처럼 자신만의 철학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도 하고,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로버트 루빈처럼 자신의 저서에 확률성의 원리와 같은 자신만의 철학을 언급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슈퍼허브들에 대한 비난도 있다. 특히 예전의 80대 20이 아닌, 이제는 99대 1의 비율로 세계의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이런 극단적인 부의 편중 현상은 슈퍼 허브들 안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부의 양극화가 결국에는 파국을 가져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경제적 불만은 유례없는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져서 '못 가진 자들'과 '가진 자들'. 무산계급과 지식 엘리트, 청년층과 노인층의 대립을 불렀다. 사람들은 금융계, 기업계, 정치계 사이의 지나친 결탁에 따른 민주주의 결핍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수는 특수 이해집단이 체제를 강탈하고 조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는 정실 자본주의를 혐오한다. 반면 은행가들은 계속 자신들에게 기록적인 보너스를 안기고 있다." (P 296)
저자는 슈퍼 허브들이 금융 위기의 원인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이것은 시스템과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이기에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결국 소수에 의해 부와 정보가 독점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일단 어느 정도 한계를 넘으면 그 시스템은 유지되기가 힘들다. 결국 금융위기 역시 특정 집단의 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슈퍼 허브들은 이런 변혁에도 자신들을 적응하며 살아남을 것이다. 인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따라서 이런 슈퍼 허브들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아는 것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