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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소설을 읽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우리에게는 [정글북]이라는 책으로 친숙한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소설집을 읽고 있다. 소설을 읽다가 [왕이 되려 한 남자]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 속의 화자는 영국인 기자로서 인도 여행 중 철도에서 같은 영국인 카네한이라는 남자와 그가 소개하는 대니얼 드래벗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얼마 후 둘은 그가 일하는 신문사에 찾아와서 자신들이 아프가니스탄 북쪽에 있는 카피리스탄의 왕이 되려는 허황된 계획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이 가진 전 재산을 털어서 소총 20자루와 탄약을 사서 북쪽으로 떠난다.

여기까지 읽다 보니 우연히 오래 전에 본 영화가 겹친다. 숀 코네리가 젊은 날에 찍은 영화인데, 두 명의 남자가 인도 북쪽에 숨겨진 왕국을 찾아가 하늘에서 내려 온 신을 자처해서 왕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 영화의 제목도 [왕이 되려 한 사나이]이다. 영화에서 두 명은 영국 군인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그냥 여기저기 사기를 치고 다니는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결국에는 내가 본 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정글북으로만 알고 있던 키플링의 소설들이 이처럼 인간의 욕망을 역사를 비틀며 표현하고 있는 소설들이 많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결국 둘은  카피리스탄으로 찾아가 신의 행세를 하면서 왕이 되지만, 대니얼의 끝없는 야망으로 결국 신이 아닌 것이 탄로 난다. 이로 인해 대니얼은 죽임을 당하고 카네한만 돌아와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형식을 띄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키플링을 영국 제국주의의 옹호자라고 말하지만, 소설 속에서 대니얼의 허황된 계획 등을 듣고 있다 보면 오히려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국가를 만드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나는 제국을 만들 거야! 이 사람들은 흑인이 아니야. 그들은 영국인이야! 그들의 눈과 입을 보라고. 그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라고. 그들은 집에서도 입식 의자에 앉아. 그들은 말하자면 사라진 부족이야. 그들은 잘 자라서 이제 영국인이 되었다고. 만약 사제들이 겁먹지 않는다면 나는 내년 봄에 인구 조사를 할 거야. 이 구릉 지역에는 저런 사람들이 2백만 명은 될 거야. 마을마다 어린아이들이 가득해. 250만 국민에 25만 명의 전사라. 그것도 모두 영국인! 그들에겐 약간의 소총과 군사훈련만 시키면 돼, 러시아가 인도를 쳐들오려고 할 때, 25만 명의 전사가 러시아의 오른쪽 측면을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이봐, 피치, 우리는 황제가 될 거야. 이 지구 상의 황제! 브룩 태수는 우리에 비하면 젖먹이에 지나지 않지. 나는 인도의 총독도 나의 동급으로 취급할 거야." (P 165)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뒷부분의 역자의 해설이 너무나 깊이 있게 와 닿는다. 번역자인 이종인 교수는 키플링과 그의 단편을 모두 깊이 있게 해석하고 있는데, 이 소설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 초반의 아이들이 돌리는 팔랑개비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카피리스탄으로 들어갈 때 드래벗이 공중에 날리던 어린아이들의 종이 팔랑개비도 심상치 않은 상징이다. 팔랑팔랑 공중에 돌아가는 이 장난감은 밧줄 다리에서 떨어져 2만 마일의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계속 바닥에 추락하여 죽게 되는 드래벗 죽음의 예표이다. 이 팔랑개비 상징은 지상의 왕이 되려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 장난 같은 놀이인가를 냉소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여러 가지 감추어진 모티프를 생각하면 이 작품의 복잡성을 실감할 수 있다." (P 657)

 

참고로 소설의 배경이 된 카피리스탄은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로서 1895년에 아프가니스탄에 의해 병합되었다. 유럽과 그리스에서는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 때 알렉산더가 이 지역까지 정복했으며, 이 지역 사람들이 알렉산더의 후손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영화는 이런 믿음을 많이 반영하고 있지만, 소설 속에서는 알렉산더나 그의 후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저/이종인 역
현대문학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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