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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주로 작가의 삶의 색깔이 좌우할 때가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도스토옙스키이다. 젊은 시절 반체제 운동으로 사형 직전에 겨우 황제의 특사로 살아났고, 그 후의 충격 때문인지 계속해서 술과 도박, 여자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 너무나 어둡고 음울하기까지 하다. [죄와 벌]을 읽다 보면 마치 비 오는 날 도시의 어두운 뒷골목을 걷는 것처럼 음침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후기에 이르면 그의 작품 세계가 바뀐다. 헌신적인 아내를 만난 후부터 그의 소설이 따뜻해지고, 후기작인 [카라마조프가 네 형제들]에서 보면 사람에 대한 따스함이 묻어있기까지 하다.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선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키플링의 단편 중 엄선한 25편이 실려 있는 이 단편집의 초기 작품은 주로 인도를 배경으로 한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중기부터 배경도 인도에서 벗어나 유럽이나 영국으로 바뀌고, 음침한 분위기도 점점 밝은 분위기로 바뀐다. 과연 키플링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었을까?

이런 키플링의 소설의 변환점으로 생각하고 싶은 소설이 바로 [그린하우 언덕의 추억]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배경이 영국과 인도를 동시에 오가고 있고, 작품의 분위기 역시 어두움과 밝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키플링의 소설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소설은 영국 병사인 리어로이드가 자신의 동료 오더리스와 멀배니에게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 주는 내용이다. (키플링의 단편은 유난히 흔히 이야기하는 액자 구조라고 소설 구조가 많이 등장한다.) 리어로이드가 속한 부대에 속한 식민지 현지 병사가 탈영을 하고 부대를 향해 총질을 하자, 리어로이드와 오더리스, 멀배니는 이 병사를 잡으러 부대 밖으로 나간다. 무척 낭만적인 배경 속에서 잠복해 있던 그들은 식민지 병사의 탈영이 여자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아마도 거기에는 여자가 개입되어 있을 거야. 남자는 여자 때문에 때로는 아주 황당한 짓을 하니까" (P 281)

그곳의 배경과 식민지 병사와 여자의 언급으로 리어로이드는 그린 하우 언덕에 대한 옛 추억을 꺼낸다.

"저기 저 너머 언덕 보이지 - 중략- 너희들은 그린하우 언덕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을 거야. 하지만 저기 황량한 들판 너머로 하얀 길이 구불구불 돌아 나가고 있는 게, 고향 언덕과 비슷하구먼. 아주 비슷해. 피난처로 삼을 만한 나무는 한 그루도 없이 황야에 또 황야가 이어지지, 그것엔 판석 지붕의 회색 집들이 있고, 댕기물떼새가 울고, 황조롱이가 여기의 저 솔개들처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지. 그리고 그 추위! 바람은 칼처럼 사람들의 살을 파고들었지." (P 282)

그리고 그린하우 언덕에서 만난 리자 로언트리라는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술을 먹고 망나니 비슷한 생활을 하던 리어로이드는 술에 취해 팔이 부러진 채로 쓰러져 있자, 리자 로언트리의 집에 실려 오고, 리자의 보살핌을 받는다. 그리고 리자와 리자의 집을 자주 방문하는 젊은 목사 아모스 바라클루 목사를 만난다. 둘은 모두 리자를 사랑했고, 또 서로에 대해 묘한 라이벌 의식과 함께 우정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키플링은 리어로이드의 내면의 변화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라스꼴리노코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훤한 햇빛 속에서는 좋은 친구였어, 그러나 어둠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어둠을 밝혀 주는 가로등 같은 것도 없는 그 구멍에 있게 되자, 나는 갑자기 사악해진 느낌을 들었어, 나와 리자 사이에서 언제나 훼방만 놓는 그 방해물을 돌아다보는 순간, 내 종교가 나에게서 벗겨져 나가는 거였어" (P 295)

"너는 비겁자에다 바보야. 나는 나 자신을 향해 말했어. 나는 그에게 맞서고 싶어서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으르렁거렸어." (P297)

결국 리자는 병으로 죽어가자, 리어로이드는 자기혐오와 자기 비하와 같은 비슷한 감정에 의해서 자신이 믿던 감리교에서 가장 금하는 군대에 입대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오더리스가 식민지 병사를 죽이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런데 작가는 마치 그렇게 죽어가는 식민지 병사를 리어로이드와 일치 시키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 헤밍웨이가 너무 감명을 받아 그의 단편소설인 [여자 없는 남자]에서 이 부분을 인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격 장면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마지막 장면의 모티브가 되었다고도 한다. 키플링의 가장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는 단편소설이었다.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저/이종인 역
현대문학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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