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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바람의 혀가 투명한 빛 속에

산다, 산다, 산다, 할 때

 

나 혼자 노는 날

나의 머리칼과 숨이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왔다

 

나는 춤추는 중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기대고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허수경의 나는 춤추는 중전문>

 

이란 인간의 육체를 움직여 어떤 동작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일컫는다.

대개는 음악에 맞춰 흥겨운 몸짓으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딱히 예술적으로 뛰어난 기교가 수반되지 않더라도, 그저 지신의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추는 이른바 막춤도 당사자에게는 흥겹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시의 화자가 추는 춤은 그러한 즐거움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는 표현을 통해서, 화자의 춤이 어쩌면 슬픔의 표현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맑고 투명한 날, 화자에게 살아야한다는 절실한 자각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화자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던 것일까?

그리하여 나 혼자 노는 날 / 나의 머리칼과 숨이 /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온 결과가 바로 화자의 춤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화자는 나는 춤추는 중이라고 밝히지만, 그것은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걸치고 /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추는 것이라고 묘사된다.

마치 유괴당한 사람이라면, 그가 추는 춤은 결코 흥겨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춤추는 행위마저 외로움이 짙게 드러나는 시인의 심정을 담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저
문학과지성사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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