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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Nez입니다

[도서] 나는 네Nez입니다

김태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작가는 향을 만드는 조향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향을 가르치는

프라그랑스 튜터라는 조금은 생소하고 특별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쉽게 말하면 향을 조합하는 향의 연금술사인

조향사이자 물 흐르듯 유려한 필체를 가진 보기 드문 작가다.

흔히 조향사라면 샤넬이나, 디올, 랑콤 등 세계 유수의

유명한 조향사들이 떠오르고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그렇게 유명한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마도

기존에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중심의 향수 시장에서

조향사 또한 그곳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험난한 향의 연금술사가 되기 위한 작가의 유럽에서의

향수를 배우는 과정에서의 많은 에피소드들,

힘듬을 넘어서 묵묵히 어려움을 뚫고 성장해 나간

굳은 의지, 무궁무진한 향의 세계로의 초대장처럼 여겨졌다.

 

서양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향수는 사치품이나 독한 향료가 아닌

패션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 입는 또 하나의 옷처럼 여겨지는

생활의 필수품이자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애호하는 향수를

몇 개쯤은 갖고 있는 기호품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향수를 너무나 좋아해서 수많은 새로운 향수에 탐닉했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는 향수가 그렇게까지

저변확대까지 되지는 않아 조향사라는 직업은 주위에 흔하지 않은

특별한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공부했던 곳이 프랑스라서 책에는 주로 프랑스 향료의

원산지인 그라스나 그를 성장시킨 향수학교 이집카에서의

향수에의 입문, 공부, 사랑, 그리움 등 극적이지는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생각과 이야기들이 그렇게 온화한

향기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놀랐던 것은,

티에르뮈글러의 엔젤이라는 향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빛나는 별모양의 정말이지 천사같이 예쁜 향수병에서부터

얼마나 환상적이 향이면 이름도 엔젤이라고 붙였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향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던 향수인데

첫 향을 맡아 본 순간 강렬하고 독한 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도 훅~ 달려드는 진하고 강한 머스크계열의 향은

향수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 얘는

이름하고는 너무나도 안어울리는 향기를 가졌구나.

그 후 엔젤을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은 내겐 없었지만 작가는

따뜻하고 깊은 잔향(잔향까지 굉장히 진한 향수인데....)의 매력을

극찬하면서 자신이 두 번째로 산 향수(프랑스에서의)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 하나 생각해보지만 강렬했던 예전의 기억을

떨칠 수는 없을 것같다. 프레쉬하고 상큼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놀랄만한 향수이기에....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타국에 아들을 보내고 걱정하는, 그리고 남다른 길을 택한

아들에게 격려와 지원를 보내주는 세련되고 멋진 분이라 생각했었다.

알고 봤더니 그의 어머니는(아버지도 역시) 소설가시라니...

부모님의 필력을 물려받아서 작가의 필체 역시 범상치 않은 거였구나...

그렇게 향이라는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자신을 영원히 기억하게 각인시킬 수도 있는

무한한 매력을 지닌 것이라 자부심을 갖고 더 좋은 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면에서 향을 만들어 내는 사람 역시 패션디자이너처럼

창조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들 아닐까 생각된다.

<어쩔 수 없이 싫어하는 향기>

주유소에서 창문을 열었을 때 나는 석유냄새, 변기가 막힌 공중화장실 냄새, 압솔류 드 씨벳(사향고양이에서 추출한 향),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 속 메마른 공기냄새, 말라가는 침냄새, 술파뜨 드 리나롤(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료), 아직 덜 마른 빨래더미 냄새, 기어코 목구멍을 넘어오는 토사물 냄새, 알데히드C11운데실레닉, 담배쩔은 냄새, 까르띠에-데끌라씨옹, 여름 만원버스에서 진동하는 땀냄새, 배탈 났을 때 풍겨오는 음식냄새, 생라자르로 향하는 L선냄새, 지나간 인연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든 냄새

 

기억에 떠오르는 향으로 표현되는 것의 참으로 다양한 이름들이다.

비행기 속 메마른 공기냄새, 말라가는 침냄새... 작가가 싫다고 했듯

생각해보면 좋은 이미지의 냄새(좋은 향이 아니니 냄새라고 표현)들은

아닌 것 같다. 향수 중에서 딸기아이스크림, 초콜렛칩 쿠키, 세탁건조기,

눈물, 비누향기같은 특이한 향수들에서부터 백화점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가 라인의 향수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향수들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는 녹차, 자스민차 등 차 향이 베이스로 깔린

시계와 보석으로 유명한 불** 의 모든 라인의 향수들을 다 좋아한다.

너무 진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잔향까지 특유의 부담 없이 적당히 상큼하면서도 매력적인 향기가

다른 향수로는 메꾸지 못하는 깊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 내 곁에 향은 남았지만 그녀는 지금 부재중이다. 내게 남은 향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되뇌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 가슴이 먹먹하게 메어온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까지도 그 향기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쓰라리다. 나는 파주행 버스에서 목도리를 만지작거렸다. 내게 목도리를 매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작가는 옛사랑의 아픈 추억을

오래도록 갖고 있는 것 같다. 향기로 기억되는 잊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끝나지 않은 아픈 마음은 아직도 곁에 맴도는 향기처럼 떠나지 않고

있으니....

누군가를 추억할 때 그사람만이 간직하고 있던 향기로 기억한다는 것은

때로는 그리움일수도, 때로는 너무나 깊어서 지울 수 없는 상처일수도

있는 것이리라.

우리나라에서의 눈부신 프라그랑스 튜터로서의 그의 행보와 발전을

기원하며 화장대 한켠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마다의 예쁜 향기들로

나를 유혹하는 아이들 중 오늘은 매혹적인 불가리안 로즈 향을 한번

뿌려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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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개의 단락으로 되어 있다.

작가의 조향사로서의 입문과 프랑스에서의 향을 배워나가는 과정,

향에 대한 추억과 전문가로서의 성장 등 에세이가 1부라면

2부는 전혀 다른, 향수와 향수의 원료, 향에 대한 많은 지식들이

백과사전처럼 설명되어있는 단락이다.

용어의 대부분은 프랑스어로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말들도 많은,

조향이나 화장품, 향수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부분인 것 같다.

물론 나는 향수나 화장품을 그저 좋아하는 애호가일뿐 전문가가

아니니 베르가모뜨, 발사믹, 시프레, 플로랄로제 등 몇 몇 단어들은

알지만 그냥 쿨하게 이런 것들도 있구나 하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랑콤, 샤넬, 아모레퍼시픽처럼 유명한 화장품 메이커들도

등장한다. 가끔은 반갑게.... (아는 말이 나오니...)

향수와 향기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정열, 아픈 사랑의 이야기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듯한 맛이 있는 가을날 이른아침의 낙엽향기같은

책이다. 이 책 나는 네NEZ입니다....

NEZ는 불어로 코라는 의미, 모든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코...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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