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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도서]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이반지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던가. 아마 BL을 보다가 흘러흘러 '으랏파파'라는 웹드라마를 보다가 그 작가 이름이 눈에 띄어서 중동 어딘가에서 온 것 같은 그 이름이 눈에 띄었다가 신문에서 이 책 소개를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독서회에서 퀴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럼 이 책 같이 보자고 추천했고 독서회 책 구입 담당(담당이라고 하니 좀 웃기긴 하다. 삼십 여 년 전 열 명 정도였던 모임 인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곳으로 사람들이 흩어졌고 이젠 몇 안 남았고 지금 돌이켜보니 연락 및 총무 역할 하는 친구, 책 구입을 맡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난 그냥 무임승차인 혹은 그냥 성실한 참석자 역할만 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하하.)이 책을 구입해 퇴근길 우리 사무실에 전해주고 갔다. 봉투 겉면이 봉해지지 않았으니 내 책상에 놓이기까지 중간에 누군가는 봉투를 열어 책을 보았을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은 겉표지와 제목을 보고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에서 퀴어라는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진 않으리라는 걸 알기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이자 나조차도 몇 년 전 알게된 원어민 교사 외엔-그것도 그가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후 퀴어임을 전해들었기에 퀴어로서의 존재는 아니었다.-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이 이리 글로만 만나야 하는 게 아쉽다.
사람은 관심을 갖고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라 지금 내가 앉아있는 식탁 뒤의 냉장고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이승열의 세계음악기행 중 스페인어 노래에선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스페인어 corason, siempre 같은 말만 들린다. 대한민국 이 많은 인구 중 내 주위에 퀴어가 하나도 없다는 건 내 눈이 그만큼 밝지 않아서일 것이다. 물론 간혹 '저 사람의 성향은 좀 그 쪽 같은데' 생각하긴 하지만 그 당사자도 자신을 잘 모를 수 있고 나도 그리 확신은 없다.

아무튼, 책으로 돌아가서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반지하이자 그림 그리는 김소윤인 저자는 기본적으로 글을 참 잘 쓰고 읽는 사람에게 계속 읽어가는 힘을 주는 작가다. 퀴어이자 노동자이자 생존자이자 유머리스트이자 예술가로 살아가는 -이 모든 카테고리는 책의 각 파트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꽤 힘든 먹고사니즘 속에서도 번쩍이는 유머로 꿋꿋한 통찰을 보여주고 자칫 심오하고 어두워지려하면 가벼이 날아오르며 웃는다. 가정폭력 한가운데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음으로인한 트라우마를 그림을 그리며 들여다보고,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 '위장에 껍질째 들어가 있는 성게를 꺼내'는 것에 비유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리고 그걸 짐짓 객관적인 어조로 카라바조의 그림 '의심하는 도마'에서 예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헤집는 도마에 비유하는 걸 읽으며 가슴이 아프면서도 이래서 예술가인가 싶기도 하다.
참 다양한 일들을 과감하게 벌이고 꾸준히 해나가면서도 그냥 사람인 채 살아가는 저자가 앞으로도 그림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방송하고 발레도 하고 선인장도 기르면서 밥도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퀴어인 채로 내 친구의 친구로 옆 동네에 살고있기 바란다. 우연히 친구랑 길을 가다가 "전에 얘기한 그 재미있는 친구야."하며 만나 커피도 같이 마시고 그래서 다음에 보면 같이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정도로 같이 살아가면 좋겠다.

그런데 솔직이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유투브 방송을 보고 들었는데 그리 많이 재미있진 않았다. 글쎄 내가 지나친 헤테로-사실 시스 헤테로 맞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이런 걸 고민하고 다양하게 알아보며 젊은 날을 보냈으면 좋았을 걸-여서 그런가, 아마 그럴지도. 그냥 코드가 달라서겠지. 그래도 자기 존재를 드러내며 노래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 세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 보이는 것 같았다.

표지의 총 천연색 무지개를 닮은 저녁놀이 번쩍이는 그림을 보며 밝은 버전의 뭉크 느낌을 받았는데 책 속에서 작가의 뭉크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고는 혼자 나의 선견지명을 흐뭇해했다. 물론 책 표지 그림은 작가의 그림이 아니다. 그러니 책 디자이너의 안목을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오탈자가 안 보여 좋았다.
아참, 뒤쪽 추천글 쓰신 이자람 님, 글 너무 잘 쓰심. 창작판소리 만드는 능력이 괜히 생긴게 아닌 듯.
한 가지 더, 좀 전 예스24 검색하다보니 내 평점이 좀 짠 것 같다. 어쩔수 없다. 5점은 내 인생 진짜 최고인 책을 위해 남겨둔다. 그게 내 기준이다. 혹시 작가가 보더라도 -물론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된다- 섭섭해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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