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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도서]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저/박아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스탠퍼드 화학공학대학의 로버트슨 교수의 수업을 듣던 엘리자베스 홈즈는 신기술로 질병을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팔 패치 관련 특허 신청서를 작성한다. 그녀의 창의력에 감탄한 로버트슨 교수의 지지에 힘입어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 창업에 나선 홈즈는 가족 인맥을 이용해서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패치 아이디어 대신 손가락을 찔러 얻은 소량의 혈액 샘플로 각종 질병의 검사가 가능한 소형 장치 개발로 선회한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이야기는 TV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했었다. 그녀는 결국 희대의 사기꾼에, 소시오패스였는데 이 책은 그녀와 그녀의 회사 테라노스를 탐사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캐리루의 기록이다.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와 홈즈가 새빨간 거짓말로 스탠퍼드 공과대학의 채닝 로버트슨 교수부터 노령의 벤처 투자가 도널드 L.루커스, 그리고 굴지의 회사를 이끈 CEO들과 제임스 매티스, 조지 슐츠, 헨리 키신저 등 정계 인사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까지 이용하며 어떻게 사기 행각을 벌였는지 내부 고발자 60명을 포함한 150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절반이 넘는 분량을 읽을 때까지 속 터져 죽을 거 같았다. 그녀의 비전을 믿고 따른 죄 없는 직원들이 당한 일들도 치가 떨렸지만, 당최 경험과 연륜이 넘치는 정재계 저명인사들까지 이렇게 대책 없이 놀아날 수 있다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게 바로 집단지성의 파멸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전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한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조지 슐츠가 테라노스에 근무하며 엘리자베스와 회사의 실체를 겪은 손자의 말을 끝까지 믿지 않고 엘리자베스를 지지한 건 충격적이었다. 타일러 슐츠는 존 캐리루의 핵심 정보원 중에 하나였는데 그가 동료까지 데리고 가서 반복해서 털어놓은 진지한 이야기에도 조지 슐츠는 엘리자베스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95번째 생일에 관계가 소원해진 손자는 불참,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참석하는 촌극을 연출한다. 이쯤 되면 손자 입장에서는 할아버지가 노망이 났다며 맹비난할 수도 있을 듯한데 타일러의 의연하고도 성숙한 대처는 분노하는 나를 반성하게 만들 정도였다.

존 캐리루는 테라노스 관련 보도로 '조지 폴크상', '제라드 롭 최고 보도상', '바를레트 & 스틸 실버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상은 각종 압력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각종 자료와 인터뷰로 테라노스와 홈즈의 실체를 폭로한 정보원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존 캐리루도 감사의 말에 그들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읽으면서 오바마 정부와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끈이 있었던 엘리자베스에게 넘어간 사람이 「월스트리트저널」 내에도 있는 게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 다행히 편집장을 비롯한 모두 제정신(?)이었고, 엘리자베스에게 투자했음에도 보도를 막아달라는 그녀의 요구를 깔끔하게 거절한 루퍼트 머독은 인상적이었다.

테라노스는 결국 2018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몰락하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지난 3월에 그녀는 임신했다며 재판을 미뤄달라고 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재벌가의 상속자인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파산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부자 남자친구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거 같아서 짜증이 났다. 하긴 연쇄살인범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소시오패스 사기범이랑 동거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진정한 반성이라고는 없는 그녀가 제발 제대로 빨리 벌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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