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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도서]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앨러스데어 코크런 저/박진영,오창룡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얼마 전에 차별금지법 10만행동 국민동의청원이 달성되었다. 제정될 듯 제정될 듯 제정되지 않는 차별금지법을 두고 국민동의청원 10만명 달성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의 캠페인이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것인데 이 성공과는 별개로 아직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다.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을 읽으면서 차별금지법이 떠올랐다. 우리는 무수한 차별을 얘기한다. 성차별, 장애인차별, 외국인차별 등등 그런데 이 안에 종차별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다. 기후변화, 기후 위기가 너무나 체감되는 요즘, 이 지구를 마치 전세 낸 듯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인간이야말로 지구유해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우리는 우리 외에 다른 종들도 이 지구에 살고 있고 그들의 권리가 있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우리의 공동체 안으로 들여서 생각해야 되는 존재임을 잊는다.

저자인 앨러스데어 코크런은 정치이론의 관점에서 동물윤리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라고 한다. 막연하게 동물에 대한 보호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렇게 정치적인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설득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말해서, 공동 구성원은 미래까지 서로 깊게 의존할 정도로 관계가 얽혀 있는 개인들이다. 이러한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비슷한 문화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정체성을 지녔지만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선뜻 성원권을 인정해주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또한 기여를 성원권의 충분조건으로 여기고 필수 조건이라 간주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한다. 나아가 공동체에 단기간 체류하면서 다른 구성원들과 긴밀한 교류가 없는 사람들을 성원권에서 분명하게 배제하는 이유 역시 드러난다. 물론 결정적으로 이것은 많은 동물이 구성원으로 간주되어야만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집 안에서 살고, 거리에서 일하고, 공원에서 뛰노는 길들여진 동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킴벌리 스미스가 묘사한 '돌봄과 의존으로 얽힌 관계'로 존재하며 구성원의 자격을 충족한다(Smith 2012: 61면).

-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中 p.106~107


 

이 책은 단순히 동물을 우리의 사회 구성원, 공동체의 일부로 생각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에 대한 정치적으로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동물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거나 기여한 바가 없어서 이들을 우리의 공동체 안으로 넣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유아, 중증 장애인 등 국가가 법으로 정한 의무를 오롯이 스스로 실행할 수 없는 인간도 존재한다는 걸 이야기한다.

군견이나 경찰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인간과 함께 활약하는 동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들만이 예외라고 말하고 싶다면, 생각해 보자. 지금 모든 동물들은 환경에 순응하며 생태계의 흐름에 맞춰 살고 있다. 더욱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기꺼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만이 생태계를 더럽히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모든 종보다 우월하다고, 그래서 우리의 권리가 무엇보다 우선한다고 믿는다면 진짜 지구라는 공동체에서 해가 되는 행동을 누가 많이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능한 한 가장 엄격한 동물복지법을 제정한다 해도 여전히 동물의 내재적 가치를 존중하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동물복지법은 일반 법률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복지법은 헌법이 보호하는 자유나 권리와 충돌할 경우 쉽사리 무시될 수 있다. 그 정도는 독일의 한 예술가가 살아 있는 새를 접착제로 고정하여 전시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강력한 동물복지법은 헌법 조항과 결합되어야 한다. 그 조항은 공동체가 동물보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헌법상의 다른 보호와 같은 토대를 제공해야 함을 명시하는 규정이다.

-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中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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