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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도서]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함규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작년 연말 요 책을 읽으면 2021년을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은 해를 넘기고 말았다. OTL 사실 초반부 읽다가 어느 순간 속도가 생각보다 나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했고, 이래저래 심란한 며칠은 그냥 넘기기도 해서 더 오래두고 읽었던 거 같다. 어쨌든 덕분에 2022년의 첫 책이 되었다. ^^

결론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좋았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약간의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의 후반부에는 사이다같은 느낌이 있었다. 물론 교수가 제시한 방법들, 제안들이 다 괜찮지도 가능하지도않을 수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공정한 능력주의 제도를 마련하자', '사회적 위치가 재능과 노력을 반영하게 하자'며 되풀이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성공(또는 패배)을 해석하는 방식에 잘못된 영향을 준다. 재능과 노력을 보상하는 체제라고 생각하는 건, 승자들이 승리를 오직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다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여기게끔 한다. 그리고 그보다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깔보도록 한다.


- 『공정하다는 착각』 中 p.52


 

능력주의의 바탕이 되는 철학과 그것을 공고히 쌓아올리게 된 배경을 쭉 훑어보는 앞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집중도가 좀 떨어졌다. 후반부에 능력주의가 사회에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로 인해 어떤 편견과 잘못된 가치관들이 당연시 되고 있는가-심지어 드라마나 애니메이션같은 대중 예술 안에서조차 적나라하게-를 보여주며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에서 확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저자의 대안이라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나 다른 형태로라도 사회 전체로도 사람에게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브레이크 없는 능력주의의 찬양을 멈추는 것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유동성을 활발하게 만들어 그것을 통해 더 공정하고 평등한,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능력주의가 오히려 어떻게 사회적인 이동을 막고 특권층의 대물림을 공고히 하는데 한몫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바로 그 능력주의로 인해 서로에 대한 혐오가 싹트고 오만과 분노, 패배감이 팽배한 사회로 나아가게 되었으니 더 늦기 전에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계급의 불만에 대한 진지한 대응은, 오늘날 공적 문화에 만연한 엘리트의 거들먹거리는 태도와 학력주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일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의 존엄성 문제를 정치 어젠다의 중심에 놓는 일도 필요하리라. 그 일은 보기만큼 쉽지 않다. 다양한 이념적 배경에서 과연 무엇이 일의 존엄성이냐에 대해 (특히 세계화와 기술 혁신의 시대에) 다양한 주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분명 그런 관념 자체를 위협하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명예롭게 하고 보상하는 방식은 사회가 공동선을 정의하는 방식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안 그랬더라면 외면했을(또는 아예 인식도 못했을) 도덕 및 정치적 문제(오늘날 불만의 배경)'와 스스로 맞닥뜨리게 한다. 무엇이 공동선에 대한 의미 있는 기여인가, 그리고 우리는 시민으로서 서로에게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가?


- 『공정하다는 착각』 中 p.318


 

능력주의는 결과적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도 연결되고, 기본적인 존중의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직업이 필요한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단순히 일, 직업이 능력이라고 판단하고, 그런 기준으로 서로를 막 대하게 되는 데에서 야기되는 문제도 이 책에서 중요하게 지적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갈수록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수저의 색이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찬스와 수저의 색은 스스로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애시당초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공정과 인권의 평등을 제대로 얘기하고 싶다면, 모두가 능력을 키워 위로 올라가기만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제대로 된 성취감을 얻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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