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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시요일 편
미디어창비 | 2018년 04월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고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이 났습니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백일홍은 눈에 선연하게 다가옵니다. 하늘 가까이 각양각색의 빛깔로 장닭의 벼슬처럼 아름다운 놓여 있습니다. 고운 형상이 눈부시게 세상을 수놓습니다. 배롱나무는 언제고 그렇게 뜨거운 숱한 날들을 우리 곁에 머물며 애증의 시간을 같이 합니다.

 

시작자아는 그 뜨거운 여름 지독히도 열병을 앓은 모양입니다. 무엇을 해도 결과가 나지 않은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지독히도 아픈 느낌을 잘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배롱나무의 붉은 자태와 함께하고, 그 꽃잎의 주름 속속들이 들어 있었던 듯합니다.

 

그 절망의 자락이 목 백일홍의 치열한 삶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중, 어느 때 불현 듯 진한 사랑으로 모든 것들이 다가온 모양입니다. 배롱나무 꽃이 치유의 기능까지 하고 있는 듯합니다. 꽃들 기억하는 저의 마음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풍성한 가을을 연모하는 시간으로 변해 있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 여름의 치열한 아픔이 끝이 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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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