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시요일 편
미디어창비 | 2018년 04월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끔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은 깨우고, 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를 기억한다

마리꼭지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박연준의 '우산'

 

우산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추억에 젖어 살면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는 일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자식은 자식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자신의 역할을 넉넉히 행해 나가는 인간들의 삶을 기억한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때 기다림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숱한 많은 아름다웠던, 넉넉했던 기억들이 우산에 떨이지는 빗방울로 묘사되고 있다. 그것은 절절한 삶이요, 아름다운 추억이다. 이들을 통해 살아있는 가치를 우리는 인지할 수 있다. 왜 살아가는 지를 스스로 각인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삶,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우산을 꺼내드는 것은 비가 올 때이다. 삶의 활력이 붙는 것은 기회가 주어질 때다. 우산을 꺼내 호할짝 펼치고 넉넉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이 세상을 향해 나음껏 날개를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다림이 너무 긴 것은 좋지 않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