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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성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통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 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따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목포항을 소재로 허허로운 마음을 풀어내고 있다. 목포항을 떠나는 마지막 배, 그 배는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듯하다. 그 배를 마주하면서 견디고 바라보고 쓸쓸한 마음을 토로해 보지만 배는 떠나간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그러기에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 시의 포인트는 사랑하고 싶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다. 짝사랑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버림받게 되기를> 갈구하는 시적자아의 사랑은 주고받는 대상이다. 하지만 대상은 배와 함께 아무런 언약도 없이 떠나가 버린다. 그런 마음이 과일을 고르는 마음이 되어 찾지 못하는 사랑의 상처를 가슴 아프게 그려잰다. 

 

이 시를 읽으면 목포항에 한 사람이 떠나는 배를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마지막 배다. 그 배가 떠나면 다시 올 때까지는 또 쓸쓸함으로 지새워야 한다. 대합실에 북숭아를 파는 노파만이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 과일마져 마음의 아픔이 되게 한다. 선택과 사랑이라는 진한 인연으로. 아픔과 희망의 글을 읽어보고 있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시요일 편
미디어창비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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