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자, 더 정확하게 물리학자로서 작가가 보여 주는 자세는 참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데 칼 세이건과 같이 대중화에 앞장서는 과학자를 별로라고 여겼지만 어느 순간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고. 전문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지식을 대중들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전달해야 한다는 게 내가 갖고 있는 상식이라 칼 세이건도 이 작가도 그래서 좋아했고 이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학자는 연구도 잘 해야겠지만 그걸 알리는 데에도 지식인으로서의 의무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
이 작가가 쓴 책은 거의 다 읽어 본 것 같은데 실망의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내용을 전해 주고 있으니 그저 받아들이는 데만도 재미가 넘쳤을 것이다. 단순히 재미만이 아니다. 경고와 위협과 격려가 잇따른다. 지금부터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고, 이런 준비를 해 나가지 않으면 곧 낭패를 당하리라고, 알고 준비만 잘 해 나간다면 남보다 앞서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마디로 열려 있는 마음과 자세를 요구하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사실 강연 내용이라 읽어도 들리는 것 같지만) 어렴풋이나마 세상의 본질이 보이는 것도 같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에서도 작가의 역량은 잘 나타났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과학의 방법으로 풀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에 그때 말했던 몇몇 내용들은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도 하다. 앞서 나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대안을 마련해 보여 주는데 현실의 어떤 답답한 점들은 도무지 해결될 길이 없어 보인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여 한다고도 작가는 말하고 있지만, 이 또한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야 수긍할 사항이고.
다른 내용은 두고 하나만 적어 본다. 이제는 노동만이 살 길이 아니라는 것. 프로그램에서도 작가가 말했던 내용인데, 일도 일이지만 놀면서 살 수 있을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려면 놀이 문화로 소비와 생산 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이 부분에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다. 퇴근을 빨리 하고 회식이 없어져서 장사가 안 된다는 자영업자의 하소연 소식을 들을 때면 난감해진다. 너무 빠른 변화라 미처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 작가의 말처럼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잘 노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 된다. 적은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시대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겠다. 나는 돈 들이지 않고 잘 노는 생활을 하기 위해 계속 탐구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