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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무브

[도서]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저/이민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앞서 이 작가가 쓴 <의식의 강>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했다고 여기고 이 책을 한번 더 선택한 것은 내가 참 잘한 일이 되었다. 올해 책읽기와 관련된 일에서 제일 먼저 '참 잘했어요'를 주고 싶다. 


한 사람의 삶, 삶의 내용, 삶의 무게, 삶의 가치 등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 사람 한 사람 따져 보아 세상의 어느 한 사람도 하잘것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반대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대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말해야겠다. 이 책의 작가와 같은 사람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정녕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의 삶은 널리 알려 주는 게 맞는 것 같다.(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프레디 머큐리와 앨런 튜링을 떠올렸다. 아니 떠올랐다. 위대하고도 애틋한 사람들.)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들 테니까.  


작가는 의사인 부모 아래서 자라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사람이다. 이 정도라면 우리 처지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출생과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작가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남보기와 달리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게 인생인 걸까. 안으로 밖으로의 어려움을 이겨 내는 과정에서 택한 의사의 길이 예사롭지 않다. 단지 성적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 의사가 되려는 사람과는 본질이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다. 아마도 그래서 더 근사하고 매력적인 의사가 될 수 있었겠지만. 


아주아주 오래 전에 읽은 A. J. 크로닌의 <성채>도 생각났다. 그때, 진로 탐색 중인 어린 시절이었을 텐데, 나는 의사란 모름지기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소설의 주인공을 보면서 했다. 그리고는 나라는 사람은 의사는 못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같이 했다. 그때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오늘,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의사다운 의사를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벅찬 느낌이 든다. 이런 사람이 정말 살아 있었더란 말이다.  


의사가 글을 잘 쓰고 좋아한다면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 우리에게도 글을 잘 쓰는 의사 작가가 몇 분 계시기는 하다. 그분들의 책을 흥미롭게 읽기도 했다. 이 작가 역시 의사이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그의 글은 개인의 기록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으로서도 의학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글을 쓰는 것, 이런 일을 지식인으로서의 숭고한 실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질병과 삶을 이어 주는 이야기는 어떤 내용이든 호기심이 생긴다.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 가족에게,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언제 생길지 모를 병, 환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일상까지 망치는 병,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사소하거나 위험한 병, 그 중에 누군가 죽음과 가까워지는 병을 앓기라도 할 것 같으면 삶 자체를 한탄하게 되는 병, 병, 질병들. 병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되던가.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지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지 않던가. 작가는 일생을 이 모든 과정 안에서 살아 움직였다. 다른 사람의 병뿐만 아니라 자신이 겪은 병조차도 기록을 하면서.


작가는 신경과 전문의다. 뇌질환 환자들에게서 일어나는 정신 변화의 많은 사례들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 분야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이 겪은 질병과 경험들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노르웨이에서 다리를 부러뜨린 후에 맞이한 변화나 눈이 아프면서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 실연의 아픔 이후 등등 자신의 아픔마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아픔으로 읽을 수 있도록 써 놓았다. '내가 이만큼 아팠는데요, 그래서 나는 당신의 아픔도 알 것 같아요.'라고 말해 주는 것처럼.  


좋은 사람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고 하거나 속이려고 하지 않고 당당히 인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길 줄 알고 이를 나누어줄 줄도 아는 사람,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삶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사람, 의사 작가인 올리버 색스와 같이. 


이런 자서전,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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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woojukaki

    저도 이 분 책 읽어 보고 싶어서 구입만 하고 아직인데..올해는 꼭 읽어 볼까봐요...^^

    2019.02.06 00:2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책읽는베토벤

      이 분의 책을 한 권 더 빌려 볼까 어쩔까 하고 있어요. ㅎㅎ

      2019.02.06 14:10
  • 행복한왕자

    궁금해하던 작가였는데 해소시켜 주시네요. 저는 조만간 읽어볼까 망설였었지요... 읽어보겠어여.

    2019.02.06 03:1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책읽는베토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소설이 아니거든요. ㅎㅎ

      2019.02.06 14:1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