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다. 4편의 에세이. 병으로 곧 죽을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글을 쓰는 마음은 어떠할까.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곧'이라고 하는데 이런 때도 글을 쓰고 싶어질까. 글을 쓰는 게 죽기 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될까. 나는 4편의 글을 읽는 짧은 시간 내내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벅찼다. 그래, 이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이 작가의 능력 정도 되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몇 살이 되면 죽음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나이가 있기는 한 걸까. 오래 살면 오래 사는 대로, 젊으면 젊은 대로 생을 향한 욕망은 간절하기만 할 테니, 죽음 앞에 초연하다는 태도는 어쩌면 위장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서워도 참는 것이겠지, 어쩔 수 없어 포기한 것이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바람일 텐데, 나는 이제 이런 글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문제는 삶을 어떻게 가꿔 나가는가 하는 문제와 잇닿아 있다고 했다. 평온하다면 둘다 평온한 것일 테고 요란하다면 둘다 요란한 것일 테지. 죽음 앞에 서면 정말 어떤 마음이 들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기만 한데, 요즘처럼 매일매일을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살다 보니 사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같은 태도에서 비롯되는 일임은 알겠다. 물론 죽음을 아는 것과 죽음에 부딪히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겠지만.
작가가 남긴 마지막 글들, 애틋하다. 이렇게 남겨 놓아 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게 아니고 '나 이렇게 살아서 좋았다'고 하니 나도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그저 고맙다. 살아 있다는 게 이토록 고맙고 고마운 일인 것을, 주변에 있는 병든 영혼들의 악다구니는 끝날 날이 있을지. 적어도 이 작가보다는 더 겸손해져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