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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식탁

[도서] 식물학자의 식탁

스쥔 저/박소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이런 책을 박물지라고 한다는 것을 이 책의 서문을 읽고 알았다. 내가 평소에 박물지 성격을 갖고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는 것도 

   

식물이 주인공이다. 그것도 우리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식물들. 식탁에 올릴 식물을 식물학자가 소개해 준다고 하니 여러 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례를 보기 전까지는.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마다 열몇 개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근데 낯선 이름들이 더 많이 보인다. 1부 식물학자의 경고에서는 '은행', '감초', '진달래', '옻나무'가 눈에 익은 이름이다. 2부 식물학자의 추천에서는 '샐러리', '고사리',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 ''가 아는 이름이다. 3부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에서는 '박하', '양귀비' 둘이다. 그런데 이름만 낯익다는 것이고 각각의 성질이나 특성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결국 이 책은 내가 모르는 식물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한 박물지라. 뭘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야 그게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여기기라도 할 텐데. 막연한 심정으로 읽어야 했다. 식물학자인 작가에게는 친숙한 식물들이었을 것이다. 잘 알고 있으니 글을 쓰기도 했겠지. 식물 자체의 특성만이 아니라 그에 얽힌 사사로운 일화에 이르기까지 굳이 어떤 식물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독자로서 읽는 재미는 느낄 수 있는 글들이었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한 식단이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로서는 그 근거에 대해 알아볼 마음은 없다. 그저 고기가 싫어서 안 먹는 것일 뿐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채식주의자처럼 보이곤 하는데 올곧은 채식주의자도 못되는 것이 안 먹는 채소가 또 엄청 많은 편이다. 이런 나를 딸은 단순하고 극단적인 편식주의자라고 놀리는데 몸에 좋은 채소라고 해서 더 찾아 먹지도 않는다. 이 책의 많은 정보가 내게 와서 그만 보잘것없는 것들이 되고 말았다.

  

서평단으로 책을 신청했을 때는 귀한 정보를 받아 좀더 잘 먹어 볼까 했던 의도가 컸다. 그런데 읽다 보니 잘못 알고 무턱대고 먹다가는 자칫 건강을 잃을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경고만 크게 들렸다. 이렇게 되면 먹는 것보다는 안 먹는 게 더 낫다는 결론만 얻고 만다. 굳이 더 알 것까지도 없어지고. 입에 쓴 게 다 좋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하고. 거참. '쓴맛이 체내의 열을 내리고 건강에 좋다는 말을 맹신하는 건 금물이다. 통상적으로 쓴맛은 독소가 있다는 외적 표현이라 쓴맛이 나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많이 먹으면 중독될 수 있기 때문이다.(63)'

 

중국 식물학자가 쓴 책이니 한의학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도 있는데, 감초가 쓴 한약을 달게 만들어주는 데 도움을 주는 식물인 줄로만 알았더니 위험 요소도 있다는 말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감초를 차로 자주 마시는 경우 고혈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49)'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게 찾아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그 목적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지 우리 몸에 좋은 것을 또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71)'

 

이 책은 단순히 식물을 소개하고 그 식물을 맛있게 조리해 먹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다. 약인 줄 알고 혹은 몸에 좋다고 이미 먹고 있는 식물이나 병이 났을 때 먹으려는 식물의 특성을 알려 주는 책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셀러리가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요'. 모든 실험 결과는 순수 아피제닌 제제라는 조건에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셀러리의 양이 조제량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차치하고, 아피제닌을 알맞은 위치에 가져간다고 해도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책솔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홍두삼 수피를 씹어도 암에 대항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셀러리를 먹어서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그저 과학연구자들이 아피제닌을 가능한 한 빨리 항암 약물의 일원으로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152)'

  

먹어라 하는 내용보다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내용이 내 눈에 더 잘 보이는 것은 내가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적당한 섭취량이 있고, 음식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황금원칙이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187)'에 이르러 뜨끔해진다. 다양하게 먹는 일에는 자신이 없으니까. 그래도 과식을 하지 않는 편이니 조금은 괜찮은 것인가?

  

'사람이 채소에서 주로 얻는 영양소는 물, 비타민, 섬유소, 미네랄이다. 이것들을 제외한 성분은 대부분 술수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신기한 음식에 희망을 걸면 안 된다.

현대인의 문제는 너무 적게 먹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먹는 데 있다. 우리는 어떤 신기한 음식을 통해서 과식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연목구어나 다를 바 없다. 빙초든 일중화든 우리 음식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 것만이 영양 공급과 신체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292~293)' 대체의학이나 자연요법 분야와는 다른 의견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모르니까 더 말할 수는 없겠다. 어쨌든 저마다 구한 정보를 바탕으로 먹게 될 것인데 더 나빠지는 일은 없기를 바랄 수 있을 뿐.    

 

'세상 만물이 모두 이러하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 모든 선악은 인류의 행위로 결정된다.(335)' 언제나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겠지.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떠올렸던 문제였는데. 그래, 자연이 언제 옳고 그름을 나눈 적이 있었던가. '세상에 있는 물종은 본래 인류를 위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189)' 이 말만 잘 새기고 있어도 인간의 오만 때문에 일어나는 나쁜 결과를 많이 줄일 수 있을 텐데

 

더 먹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더 조심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으니 이 책을 읽은 게 나로서는 잘한 건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적게 먹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인데, 작가의 몇 가지 경고를 온통 적용해서는 더 안 먹으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살면서 잘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일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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