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꾸밈새가 새롭다. 사전이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뜻풀이 형태의 책이 아니다. 글쓰기 수업에서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책에서 보여 주는 방식으로 사람마다 사전을 만든다면 재미있는 일을 만날 수도 있겠다. 사람마다 특별한 낱말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많이 쓰인 낱말을 간추려 정리하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한 학기 정도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젝트 글쓰기 수업으로 적당해 보이는데 이제는 혼자 아쉬워할 수밖에 없겠다.
ㄱ부터 ㅎ까지 작가의 경험이나 삶에 대한 생각을 이어 주는 낱말이 소개되어 있다. 어떤 낱말은 오래 전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어떤 낱말은 몇 해를 걸쳐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한다. 작가의 오래된 일기처럼 읽을 수도 있다. 시간 순서대로의 일기가 아니라 가나다 낱말 순서대로의 일기. 일기를 쓰지 않는 나로서는 더욱 대단하게 여기는 작업이다. 날마다 글을 쓰는 일도, 써 놓은 글을 가나다 순의 낱말에 맞춰 다시 정리하는 일도.
글쓰기는 무겁고 무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일이라서. 정직해야 하고 신중해야 하고 용기도 있어야 하고 성실하기도 해야 하고. 하나라도 모자라면 글에서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거짓말이든 허풍이든 게으름이든. 그래서 글로 장난을 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글을 쓰는 사람은 더욱 용서할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무엇보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특히 순수한 우리말을 제대로 살려 쓰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도 알게 된다. 작가의 말에 똑같은 마음을 느끼면서도 실천에서는 감히 따르지 못하는 처지라 부끄럽기도 하고 스스로 딱하기도 하다. 이미 익힌 버릇은 너무도 깊고 강하고 바꿔 쓰려는 뜻은 게으름에 치여 불러일으키기가 어렵다. 한 문장에 낱말 하나 살피는 것도 쉽지가 않을 정도이니.
작가님의 배려로 이 책을 받았다. 책 안쪽에는 직접 글도 써 주셨다. 책을 지은 높고 귀한 마음을 얼마나 읽어 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 삶과 이어질 낱말들을 골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새롭게 얻었다. 낱말만 모아 보는 내 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로부터 책을 전해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