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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책 2019
모든 것은 그 자리에

[도서]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저/양병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생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렀다고 여길 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기록으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려서, 자라면서, 철이 들면서, 어른이 되면서, 어른에서 더 나이가 드는 사람이 되어 가면서 제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남보란 듯이 잘했던 일만이 아니라 어설프고 모자라고 부끄러운 지난 날마저도 내보일 수 있을 만큼의 용기와 당당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할 텐데.

 

이 작가의 삶을 따라 가다 보면 마냥 찬탄하게 된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만큼의 용기를 얻는 기분도 든다. 세상이 좋은 곳이고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길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이렇게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 작가가 있었던 세상이라서, 이 작가가 믿어 준 세상이라서,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나로서는 이 작가의 말과 당부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첫사랑이다. 작가의 모든 첫사랑들. 취미와 책과 수업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 그래, 이런 것들이 이 작가의 생에서는 첫사랑이 되었더란 말이지. 이에 비해 내 첫사랑은 얼마나 얇고 남루한지, 떠올릴 게 별로 없어서 자칫 쓸쓸해지려고 했다. 위대한 사람은 철이 들기 전부터도 남다른 집중력으로 몰입하는 자질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괜한 질투심을 느낀 셈이다. 쓸쓸할 일이 아니다. 

 

2부는 병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 준다. 의사로서의 작가가 의사여야만 경험하고 알 수 있는 일들을 말해 주고 있으니 독자로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책에서 본 내용과 비슷해 보이는 것들도 있었는데, 이건 내 기억력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겠다. 읽었어도 모르는 건 여전히 모르는 거니까. 관심의 정도에 따라 2부는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3부는 정녕 우아한 산문들로 채워져 있다. 소제목마저 '삶은 계속된다'이다. 얼마나 아늑하고 듬직한 말인지.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절에 그저 붙잡고만 싶은 구절이다. 한 편 한 편 아끼면서 읽었다. 이 중에서도 더욱 나를 머물게 했던 글은 '깨알 같은 글씨 읽기'와 '정원이 필요한 이유'다. 책과 정원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열망을 작가의 글에서 거듭 만난 듯하여 더없이 반가웠다.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는 노력 중에는 두 가지 큰 방향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좋은 것을 자꾸자꾸 발견하고 알려서 더욱 넓혀 가는 것. 또 하나는 나쁜 것을 자꾸자꾸 발견하고 알려서 없애는 데 힘을 쏟는 것. 이 작가는 앞쪽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남긴 글을 읽고 있으면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나도 앞쪽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작은 몫으로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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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행복한왕자

    새해를 아름다운 책으로 시작하셨네요. 그의 글처럼 담백하고 잔잔한 날들로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2020.01.01 09:3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책읽는베토벤

      ㅎㅎㅎ 제가 또 골라 썼죠. 그걸 바로 알아보시고. 왕자님도 2020년에 만세랑 좋은 책이랑 슬림한 건강이랑 우아한 직장 생활이 모두 함께 잘 이어져 나가시길 빌어요.

      2020.01.01 10:0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