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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결심

[도서] 애주가의 결심

은모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내 술에 취한 채로 읽은 느낌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진짜 술의 힘이라면, 나는 지금 당장 어떤 술이라도 마시련만. 현실에서 맛보았던 취기는 늘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건만, 그것도 아주 오래 되어 나빴다는 찌꺼기만 남아 있는 셈이건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좋은 환상만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권여선의 글을 읽었을 때나 만화 와카코와 술을 봤을 때와 같이. 

 

얼마 전 yES24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이 작가의 책을 읽었다. 그때의 인상이 깊게 남아 빌려 본 책인데 만족스럽게도 호감이 이어진다. 이 작품은 2018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이라고 하니 작가에게는 데뷔 작품인 모양이다. 많이 신선하면서도 많이 따끔따끔했다. 이렇게 우리의 젊은 작가 한 명을 익히고 내 독서 목록을 늘려 본다.

 

젊은 소설가들이 그려 내는 젊은 세상, 그들은 어느 장소 어느 시대를 살고 있든지 늘 그들이 살고 있는 때와 장소의 모습을 소설에 담게 되는 것일 테다. 이 소설에는 2010년대의 우리나라 상황,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힘든데도 안간힘을 다해 버텨 내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들, 비슷한 주제의 다른 글들에서는 주인공도 주인공이려니와 읽는 내가 더 힘들어서 좀처럼 펼치고 싶지 않았거늘, 이 책의 경우 읽는 마음은 여전히 힘들었어도 한편으로 재미있었다. 그래, 이래야지, 이렇게 전개되어야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지. 눈 부릅뜨고서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아무래도 상상 속 술맛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술이 없었다면, 술 기운에 의지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못 읽었을 것만 같다. 나오는 술들에 대한 지식 하나도 없이, 소주와 맥주와 막걸리 정도밖에 모르는 내가, 와인과 양주와 일본술은 1도 모르는 내가 이 책에 실린 술맛 도는 이야기를 이토록 재미있게 읽은 것은 순전히 작가의 솜씨 덕분일 것이다. 실제의 작가는 소설 속 인물만큼이나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일까, 아니면 오로지 취재의 힘으로 엮은 것일까 이런 것까지 괜히 궁금해지면서.

 

이제 더 이상 젊은 축이 아닌 나는, 글을 읽다가 가끔 새삼스러워한다. 아, 내가 이 나이가 아니지, 이미 지나온 시절이지, 그래, 어느 누구도 힘들지 않은 젊은 시절을 보낸 이는 없다 하는 세상이지. 이런 힘든 느낌만큼은 세상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던가. 아무리 해도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세상,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이라도 찾아 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글을 쓰고 있을 모든 소설가들, 독자인 나는 나이를 잊은 채로 번번이 도움을 받고 위로를 얻는다. 이 책이 2018년을 다시 살게 해 준 것도 그러했다.    

 

술 좋아하고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권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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