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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토성

[도서] 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저/이소담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열네 살 시절을 이미 오래 전에 지나온 어른이 만약 다시 열네 살 소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가정의 아이였으면 좋을까를 상상해 본 이야기로 읽었다. 이런 상상, 내 취향은 아니지만 현실의 고달픈 문제를 돌아보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요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또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의 성격이 등장인물들의 태도로 곳곳에서 잘 드러나 있는 것도 좋았다. 만화로뿐만 아니라 소설로도 계속 믿을 수 있으니까.

 

다시 열네 살이 된다면 어떤 가정에서 살고 싶을까? 아빠는? 엄마는? 또다른 가족으로는? 집의 형편은? 내 성격은? 내 친구로는? 학교는? 선생님은? 무엇보다 짝사랑하는 선배는? 등등.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고려했을 여러 가지 배경과 조건들이 꽤 흥미로웠다. 상상 속에서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안 하고 싶었던 것인지 주인공 안나의 생활 반경을 소박하고 평범하게 그려 놓았다. 몇 번이나 말한 듯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만큼의 평범한 조건을 얻는 일이 예사로운 게 아닌 것임을.

 

성실하지만 그래서 가족을 위한 집도 마련했지만 35년 동안 집의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아빠. 대출금을 갚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파트타임 일을 하는, 요리에 영 솜씨가 없고 솔직담백한 엄마. 오로지 우주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공부도 잘하면서 상냥하기까지한 대학생 오빠. 공부도 운동도 외모도 특별할 게 없이 중간층에 머물면서 하나뿐인 친구와 자신의 외모 관리와 짝사랑 대상인 선배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 중학생인 주인공.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심각한 사건이나 골치 아픈 갈등 관계를 내세우지 않고도 평범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제각각의 문제를 잘 보여 준다. 글을 통한 상상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긁어서 괴로울 지경이 되도록 어렵고 고단하며 지긋지긋한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그럼에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나로서는 참 좋았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너무 넘치는 것도 그렇다고 턱없이 모자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하는 내게 딱 좋은 범위 안의 글이었던 듯하다. 

 

주변에 열네 살의 소녀가 없다. 이만한 나이의 소녀들에게 신선한 선물이 되어 줄 책인데. 열네 살의 딸을 둔 엄마도 없다. 선물도 할 수 있는 때가 있는 모양이다. 나를 위한 선물로 만족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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