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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안에 담은 것들

[도서] 산책 안에 담은 것들

이원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산책'. 새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뜻을 찾아본다.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로 나온다. 그렇구나, 소풍(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야외에 나갔다 오는 일)과는 아주 조금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두 낱말 다 한자말이고 순우리말로는 적당한 낱말을 찾지 못했다. 이것도 우리의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우리 조상들이 산책이나 소풍을 딱히 하지 않았던 듯한, 그래서 필요가 없었던 듯한.(굳이 더 자세히 알아볼 사항은 아니고) 

 

산책, 좋아한다.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이래저래 산책이라는 것을 할 때마다 생각했던 건데, 산책을 하고 있는 내가, 내 처지가 퍽 다행스럽고 고맙게 여겨지곤 했다. 사느라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건강이 나빠서, 이것마저 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면... 하는 생각은, 생각만으로도 막막하고 먹먹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이 산책만큼은 오래오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이걸 남은 생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산책을 할 수 있어야 사소한 다른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책을 비롯하여 이전에 읽은 시인들의 산문집에서 비슷하게 느낀 공통점이 있다. 시와 산문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듯한 문장들.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산문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를 느끼는 것이 이게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로 나뉘어진다는 점이다. 좋을 때는 시 구절로 이어지는 우아한 산문을 읽는 기분이 들어서 잔잔한 흔들림과 설렘을 오래 누리게 된다. 그게 아닐 때는? 실망만이 남는다. 놀림을 받은 듯한 기분마저 들어서. 

 

작가는 서울에서 사는 사람이다. 산책한 곳도 대부분 서울이다. 평소 서울을 외국처럼 여기고 있던 터라 익숙한 지명이라도 한 겹만 들어가면 내게는 낯선 곳이 된다. 홍대에서도 골목길에서도 시장에서도 작가의 산책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좀 몽롱했다. 이 부분은 읽는 이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 같다. 요즘의 나는 골목골목을 남의 글따라 총총 걸어보고 싶은데(몸은 게으르니 마음만으로), 작가에 기대어 그걸 예상했는데, 글은 산책의 이미지들로 가득했다. 다른 시절 다른 상황에서 읽었다면 이 작가의 시집으로까지 이어졌을 산책길이 되었으련만. 

 

몇 장면의 일러스트레이션, 상당히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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