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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통행증

[도서] 영혼 통행증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살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내적 갈등을 종종 느끼기는 할 것 같다. 오죽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까지 생겨나왔을까. 무서웠어도 끔찍했어도 더할 나위없이 기가 막혔어도 이런 일을 겪었다네 하면서 누군가에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말해 주고 싶은 마음, 이 이야기를 이렇게라도 해야만 내가 살 것 같다는 그런 갈망. 그런 일 따위 아예 없이 살아왔다면 괜찮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겪고 만 뒤라면, 할 수만 있다면 터놓고 싶으리라. 이 책 속 이야기꾼들처럼. 

 

서문에 나온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거짓도 진실도, 좋은 일도 나쁜 일도.(10쪽)' 언뜻 쉬워 보이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이 일이 경우에 따라서는 제 목숨을 내놓아야만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제 목숨만이 아니다. 남의 목숨을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빼앗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토록 위험한 일이 될 줄이야. 그래서 이야기의 힘이 더 중요해지고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일 테지만.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듣는 이는 젊은 남자인 도미지로. 앞서 이야기를 듣는 역할을 맡았던 사촌 누이가 시집을 간 뒤 이 역할을 물려 받았다. 이런 역할도 서로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나 자리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가 펼쳐 보이는 배경만큼은 근사하다. 어쩌면 개인 상담의 한 모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에도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지금과 거리를 둔 게 읽는 맛을 더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 것도 같다. 그런 일이 있었거나 말았거나 엣날에는 그랬나 보다 하는 식으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아무래도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이니까. 

 

이 작가의 글을 통해 일본인이 갖고 있는 정서적 특징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 서민들이 사는 모습, 오랜 시간 전해 오는 풍습,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잇는 태도, 영혼에 대한 마음가짐 등등 우리네 그것들과는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특색 있게 보이기도 하는 그런 여러 가지 사항들. 섬나라였고 무인들이 오래 지배했고 감시 체제가 대단했고 화재를 비롯한 재해가 많아서 대처 방법이 발달했고 장사가 활발했고......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했고.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이러하지 않았을까마는. 특히나 서민의 처지에서는.   

 

여전히 재미있고 잘 읽히고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 시리즈만큼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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