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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도서]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월리 코발 저/김희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볼 줄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 책을 보고 확실히 알았다. 물론 이걸 알았다고 해서 보는 내 눈의 높이와 깊이가 달라진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못 보고 못 알아채겠지만 어쩌면 열에 한번은, 아니 그보다 더 낮은 확률에라도 보았을 때 예전과는 다른 감각에 눈을 떠 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더더욱.

 

웨스 앤더슨 영화감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만든 사람이다. 감독의 이름은 잊고 있었는데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어쩐지 아주 살짝 낯익은 느낌을 받았다. 특히 호텔들의 사진에서. 그리고 뒤늦게 알았다. 책 제목의 의미를.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서문과 머리말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내가 얼마나 성급하게 책장을 넘겼던 것인지. 

 

작가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시선으로 보는 장면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당사자인 감독마저 인정할 정도로 찍고 싶었다는 말을 읽고는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일은 어떤 것일까, 또 누군가 나처럼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분은 어떠할까를 생각해 본다. 내게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이 상상은 내 정신을 퍽 싱싱하게 일깨운다. 가끔은 그랬으면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니까. 

 

실려 있는 많은 사진들 중에 나는 특별히 등대 사진들이 좋았다. 세계 곳곳에 있는, 주변 환경에 유독 돋보이는 모습으로 서 있는, 고고하고 당당해서 외로워 보이는 풍경마저 추앙하고 싶은, 저마다의 색깔로 배와 시간을 인도하고 있는 등대들. 이제까지 내가 봐 온 등대들의 무미건조한 인상과는 얼마나 다르던지. 이 등대들의 사진을 얻기 위해 작가는 또 얼마나 많은 등대들을 흘려 보내야 했을 것인지.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은 짐작하겠다. 원래 뽑힌다는 게 그런 거니까.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이라 금방 돌려 줘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쉽다. 지금 마음으로는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로 마련했으면 한다. 이제까지 구해 얻은 여행 책과는 아주 다른 차원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장소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생생하게 살아남아 있을 장소들. 작가의 눈을 사로잡은 우리나라의 풍경은 한 컷도 없다. 이건 이것대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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