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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도서] 저주토끼

정보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에드거 앨런 포를 떠올렸습니다,

1800년대, 200년 전에 쓴 그의 소설들이지만, 이 시대의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만들어낸 그의 상상력은 제게 경이로움을 선사했었습니다.

이 책 역시 그 충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에게 많은 그리고 제각기 다른 어떤 떨림을 선물했습니다. 이제 그 떨림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주 토끼]는 저주라는 굉장히 협소하고 어두운 단어를 가지고 인간이 가진 내면의 한 단면을 저에게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저의 세계를 좁게 만드는 저주는, 그리고 나의 뇌를 갉아먹는 토끼는 집착과 편견이 만든 이기주의였다.

그 이기주의로 인해서 뒤틀린 세상, 이미 부조리가 넘쳐나는 세상을 단죄하기 위한 할아버지의 토끼는 저주를 내리는 선한 자도, 받는 악한 자에게도 모두 아물지 않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지금의 세상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과 같은 삶을 계속 산다는 것은 죽어도 죽지 못한 밤과 기나긴 어둠을 선물한다는 작가의 말에서 저는 우물 안에 갇힌, 그리고 이기주의라는 닻을 찬, 우리 모두를 떠올렸다.

그리고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방법과 그 삶에 대한 위로는 무엇일지 생각했다.

집착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머리]를 읽고 나는 우리의 일상이라는 습관이 만들어 놓은 과거라는 머리를 떠올렸다.

이 짧은 이야기는 새삼스럽지만, 내 생각의 샘 속에 가득 찬, 하염없이 퍼내고 또 퍼내도 다시 흘러나오는, 내 대장과 배설물로 만들어진, 내게서 비롯된 피조물을 바라보는 기회를 허락했다.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나 인거지, 내가 줄기차게 역겨워하고 혐오하는.

그 머리가 더 커지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지 않을까?

과거를 먹여 살리는 영양분을 빼앗아 그래도 성공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재를 먹여 살려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차가운 손가락]은 정말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이야기다.

차가운 손가락의 정체는 누굴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 손가락이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p79)라고 하면서 비웃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태어나면서부터 불공평으로 물들어 가고, 평생 길 잃은 나그네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다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이 선생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반지가 그나마 나에게는 위안을 준다, 한 줄기 희망처럼.

추측을 해보면 악몽이 분명하고, 가위눌린 꿈속의 한 단면 같은데, 앞과 뒤가 없다.

가운데만 도려내서 덜커덕 던져놓은 듯한 느낌이다, 전과 후에 접붙이는 상상은 당신의 자유라는 말을 덧붙여가며.

불공평한 우리의 삶이지만 그래도 정해진 것은 없으니 맞는 짐작 같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추측을 해보면 차갑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정체는 분명코 나일 것이다, 내가 가진 수많은 악한 손 중에 하나인.

추측은 아니지만 역시 이 선생이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집착한 반지의 정체가 궁금하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본능적으로 찾은, 그리고 김 선생, 즉 차가운 손가락이 건넨 반지는 과연 무엇일까? 앞에서 잠깐 말 한대로 희망일까?

이 선생, 김 선생, 최 선생, 그 모두에게 산다는 것은 불공평한 것 같다, 태어난 죄로, 혼자인 채로.

마지막으로 이 가위눌린 악몽에서 깨어나 반박하고 싶은 것은, 삶은 불공평한 채로 네게 건네지는 것이니, 그 불공평함을 네가 낀 반지로 극복해가라는 메시지를 내 자신에게 건네 본다.

 

[몸하다]는 남자 없이 임신을 해 아이를 가지게 되고, 그 아이를 낳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아빠가 있어야만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제동을 거는, 미혼모들이 겪는 고통과 핍박에 관한, 그리고 그들의 위해 필요한 사회적 공감을 위한 작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내사랑]에는 인조인간,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

머지않아 현실로 마주하게 될 가까운 미래라는 생각과 함께, 그 불안정한 미래가 주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작가의 표현을 맛보았다, 씁쓸하고 비릿한.

집착을 동반하는 사람의 감정들은 언제나 문제다. 집착은 사랑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에게까지 그 대상을 막론하고 처참한 종말을 가져오게 만드는 독약과도 같다는 생각을 더불어 해보게 되었다.

 

[]에서는 또 다른 집착을 보았다, 욕심이라는.

이기주의라는 집착도, 사랑의 탈을 쓴 집착도, 결국 욕심이라는 또 다른 마음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는.

욕심은 불안을 낳고, 불안을 안은 결과는 후회를 만들고, 그 불안과 후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욕심의 적나라한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오금이 저렸다.

내가 놓은 덫을 상상했다. 집착하는 대상을 보고, 그 대상을 보며 흔들리는 불안을 느끼고, 그런 감정에 휩싸여있는 나를 후회하는 그 악순환의 덫의 실체를. 그리고 그 덫에 걸려있는 누군가를 그려보았다. 마지막으로 그 상처에서 흐르고 있는 금빛 색깔의 액체까지도.

 

[흉터]는 보여주었다, 내가 가진 흉터와 내가 만든 흉터 모두를.

내가 그 흉터이고, 또 대머리 중년 남자였으며, 지금의 세상이 그 괴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흉터는 많이 아팠고,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조차 망각의 심연으로 사라져 고독이라는 껍질만 간신히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흉터는 고통과 암흑 속에서도 헛된 노력 같은, 작지만 아름다운 빛을 통해 조그만 벌레 같은 희망을 보았고 삶의 가능성을 놓치려 하지 않았음을 보았다.

 

[즐거운 나의 집]은 어떤 삶의 실체를 보여준다.

4층 건물이라는 남 보기에 번듯한삶을 구입했지만, 그 건물은 문제들을 수도 없이 토해내고야 말았고, 거기에 절망하고 무너지는 한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으스스한 한기를 느꼈다.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에서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우리를 불구로 만드는 것들인 분노와 타인을 향한 저주들을 떠올렸고, ‘거기에 무슨 사랑이 있겠는가?’ 라는 의문을 떠올렸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거기에 진심이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지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황금에 눈이 먼 우리와 풍요 속에 빈곤한 세상이 함께 만든 사막에 서 있는 나에게 너무 큰 갈증이 밀려왔다. 그 갈증은 마음속에서 고민이 되고, 그 고민은 바로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인간의 본모습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어떤 지배자가 되는 삶보다, 이런 삶 어떨까?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아이을 낳고 기르며, 죽기 전까지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삶, 작가의 말처럼.

 

마지막 이야기에서 나는 강박이 만든 과거라는 유령과 [재회]했다.

세상을 사는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강박 내지는 트라우마가 있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결국 그것도 생존을 위한 규칙이고, 제한적 삶의 울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울타리에 갇혀서 누군가가 아주 조금만 행복해지고 싶다고, 슬픔이 그립지 않을 만큼만 행복하고 싶다고 말할 때, 참 많이 슬펐다.

그렇게 강박을 껴안고 사는 우리는 평생 과거에 갇힌 삶에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어쩌면 그나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과거라는, 강박이라는 유령과 잡고 있는 손을 놓고, 지금의 손을 꼭 잡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들의 모음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해준, 알고 공감하는 느낌을 직접 체험하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좌절, 절망, 분노, 욕망의 물속에 잠겨 쓸쓸함과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는 저를 비롯한 수많은 우리들에게 지푸라기와 작은 위로를 건넨 정보라 작가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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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moonbh

    분노는 비통함의 표현이라고, 또 분노는 절망감의 신호라고... 강박 역시 내안의 또 다른 나와의 소통부재?,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리뷰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우수리뷰, 축하드립니다.

    2022.05.04 16:5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thkang1001

    제임스전님! 이주의 우수 리뷰에 선정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간 내면에 관한 유용한 내용의 책을 소개해 주신 데 대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05.04 20:0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bbmaning

    우수리뷰 축하드립니다. 저주토끼 단편을 읽는 내내 독특하고 뚝 끊어진 시작과 끝 전개가 기억에 남는데 서평을 읽으면서 인간 내면에 부족하고 부정적인 것이 자리잡은 모습들을 잘 이야기하고 정리해주셔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2022.05.04 23:19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