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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저/공진호 역
다산책방 | 2019년 09월

 

~ p78

 

 줄리언반스는 소설가로 알고 있지만,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미술에 관한 책으로 가지는 첫 만남인데 흥미진진하다. 서문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조근조근 자신의 미술에 관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술술 읽힌다. 유명한 미술관을 다녀봤지만 그다지 감동을 받지는 못했던 그가 생전 처음으로 그림 앞에서 소극적이고 순종적으로 서 있지 않고, 의식적으로 보고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에서였다한다. 어찌보면 화려하지만 그만큼 기이해보이기도 하는 모로의 그림들로 가득 차 있던 (다른 책에서 보았던) 모로 미술관을 떠올려 보았다. 서문을 통해 그의 미술관, 예술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p18

 

1. 제리코(1791~1824 ) -재난을 미술로

 

< 테오도르 제리코, 1819년, 루브르 박물관 >

 

1816년 6월 17일, 탐험대가 출발했다.

1816년 7월 2일 오후, 메두사호는 암초를 만났다.

1816년 7월 17일, 뗏목의 생존자들이 구조되었다.

1817년  11월, 사비니와 코레아르가 그들의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출간했다.

1818년 2월 24일, 제리코는 그림을 그리고자 캔버스를 구매했다.

1818년 6월 28일, 캔버스는 더 큰 화실로 옮겨져 다시 팽팽하게 당겨졌다.

1819년 7월, 그림이 완성되었다.

 

 줄리언 반스는 총 365명을 싣고 세네갈 탐험을 나섰던 메두사호가 좌초하고 15명의 생존자만이 뗏목에 실려 구조된 과정을 재구성하여 들려주었다. 그리고, 재난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를 얘기하기 위해  <메두사호의 뗏목> 그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림 한 장을 이렇게 재미있게 분석해주는 글은 처음 만났다. 사실에 입각한 틀에 박힌 비평이 아니라 제목처럼 너무나 사적인 미술 산책이었다.

 

 

제리코가 그리지 않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그는 다음과 같은 것을 그리지 않았다.

 

1)  좌초한 메두사호

2) 사람들이 견인 밧줄을 풀어 뗏목을 버린 순간

3) 야음을 틈탄 폭동

4) 불가피했던 식인 행위

5) 자기방어적인 대향 살인

6) 나비의 출현

7) 생존자들이 허리,또는 종아리, 또는 발목까지 물에 잠긴 장면

8) 구조의 순간

 

 다시 말해서 제리코가 1차적으로 지양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1) 정치적인 것, 2) 상징적인 것, 3)극적인 것, 4) 충격적인 것, 5) 오싹한 것 ,6) 감상적인 것

7) 증빙서류 같은 것, 그리고 8) 모호하지 않은 것

 

 8가지 견해에 대해서 아주 상세한 주석을 달아두었다. '무지의 눈'으로 무엇을 그렸는가? 를 재구성해보자는 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 나설 수 있었다. 아주 사적이라고 했지만, 사적인 것으로만 취급하기에는 너무나 공감되는 글, 이런 비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존경스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 그림은 역사의 닻줄을 풀어 던지고 자유로워진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메두사호의 뗏목>은 커녕 <난파장면>도 아니다. 우리는 그 운명의 뗏목에서 일어난 잔인한 고통을 그저 상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 받는 그들이 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 그림의 비밀은 에너지의 패턴에 있다. 다시 한 번 그림을 들여다보자. 점처럼 작은 구조선으로 손을 뻗는 저들의 근육질 등을 통해 솟아오르는 격렬한 용오름을 보라.그 모든 안간힘을 보라.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대부분의 인간적인 감정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듯이 ,우리는 이 그림의 모든 게 집중된 저 용오름의 몸부림에도 아무런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희망뿐 아니라, 모든 짐스로운 갈망, 그리고 야심과 증오와 사랑(특히 사랑)- 이 같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만한 대상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컴컴하며 , 파도는 얼마나 높은가 말이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길을 잃고, 파도에 쏠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고, 우리를 구조하러 오지 않을지도 모를 무엇을 소리쳐 부른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축소의 과정이 아니다. 자유롭게 하는 , 확대하는, 해명의 행위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결국, 재난의 쓸모는 거기에 있다.- p55

 

 

2. 들라크루아 - 얼마나 낭만적인가?

 

 들라크루아에 대해서는 작품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의 <일기>를 토대로 했다.

위의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에서 아래 쪽 가운데에 왼손을 뻗고 엎드려 있는 사람의 모델이 들라크루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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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수

    와, 이 책 정말 흥미로운데요. 재난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그 지점을 잘 이해해야 겠어요.

    2020.08.09 00:4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읽을수록 좋은데요. 이런 책을 여러 번 읽어야지라는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 책은 반복해서 읽고 싶어요.^^

      2020.08.09 22:29
  • 파워블로그 나난

    작가가 그림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를 정말 개인적으로 엿볼수가 있는 글이겠군요.

    2020.08.09 17:0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너무나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 정말 좋네요.^^

      2020.08.09 22:31
  • 파워블로그 책찾사

    그림에 대한 저자의 꼼꼼한 분석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군요. 저 그림이 주는 강렬한 느낌 때문에 익숙하지만, 그림에 담긴 저 세밀한 내용을 이해한다면 느낌에 좌우되기 이전에 그림을 보다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

    2020.08.12 11:3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그림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한것 같아요. 배경을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줄리언 반스의 시각은 의외면서도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같아요. 다른 그림에 대해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기대가 되요.^^

      2020.08.13 23:2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