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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포식자들

[도서] 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포식자와 피식자로 나뉜다. 개체의 구분을 먹고 먹히는 관계로만 나눌 수는 없겠지만 태생적으로 살아 있는 생물은 누군가를 먹고 생존하며, 누군가의 먹이로 순환한다.

 

이번에 소개할 책,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은 기업 활동의 주된 목적이 이윤에 있으며 다른 가치는 어떤 말로 포장하더라도 부차적인 목적임을 명확히 하는 매우 독한책이다. 저자가 카프카의 말을 빌려 책을 도끼에 비유하듯 저자의 책 역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한 도끼임을 인정한다.

 

저자는 대기업, 노조, 기관, 다국적 기업, 일본과 중국을 시장의 포식자로 규정하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읽는 이에 따라 과격함 마저 느낄 수 있는 강한 어조로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노동조합의 비합리적 행태, 정작 기관의 먹이로 전락하는 힘없는 피식자, 갈라파고스가 된 일본, 마윈의 사채업 등 굵직한 담론을 가지고 본인의 생각을 피력한다.

 

인상적인 내용을 인용해 보면,

 

진정한 포식자들은 이미지가 아닌 실익을 따진다. 이도 저도 아닌 결과는 전문경영인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재벌은 악이 아니며 재벌 승계 역시 잘못이 아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진정한 악은 투자 손실이다. 기업의 정의는 이윤이다. 윤리와 도덕이 제1원칙이라면 기업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비영리 사회단체를 이끄는 게 맞다. (57)”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포식자들의 프레임으로 본다면 죄를 미워할 시간에 돈을 사랑하는 게 맞다. 사람들은 돈이 사람을 망친다고 생각하는데, 돈에는 죄가 없다. 사람이 술을 마셔서 개가 되는 게 아니라 본디 개였던 이가 술 때문에 방심한 순간 본성이 튀어나온 것뿐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감당할 그릇도 갖추지 못한 주제에 욕망이 앞서서 죄로 이어지는 것일 뿐, 돈 자체는 마음껏 사랑하고 좇아야 한다.” (78)

 

피식자들의 치명적인 단점은 최우선 과제가 흐리멍덩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 창출이 아닌 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당장 투자에서 발을 빼야 한다. 선한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이윤을 남기는 기업이다. 기업은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지 못해서 상장 폐지되거나 폐업한다.” (146)

 

“‘그렇게 돈 많이 벌었으면 기부나 좀 할 것이지.’

돈을 벌어 보지 못한 이들이 하는 소리다. 또한 앞으로도 돈을 벌기 힘든 이들이 하는 소리다. 피땀 흘려 돈을 벌어 본 사람은 남더러 기부나 좀 하라는 말을 쉽게 던지지 못한다. 자신은 가진 게 없고 타인은 노력 없이 불로소득을 얻은 것으로 치부하기에 혼자 다 처먹지 말고 기부 좀 하라는 질시 어린 말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거다.” (168)

 

일본과 우리나라는 시차도 없는 이웃 나라지만, 개인과 개인이 만났을 때의 질문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본인의 감정을 분출하고 남의 상황을 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걸 표현한다. 그러는 와중에 편견이나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혁신의 단초가 된다. 창조는 영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편에서 나온다. 불편을 어떻게 편리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일상에서 툭 튀어나오는 게 발명이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326)

 

난 현대의 노조가 대체가능 노동력에 적용되는 제도란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할 수 있다는 이견을 가진다.

 

전문경영과 오너경영의 비교에서는 어려움이 닥칠 때 과연 누가 회사를 위해서 희생하겠는가? 누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는가? 는 질문에는, 오너경영의 손을 들어주지만, 혁신을 위한 창조적 파괴의 관점에서는 전문경영이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대주주만이 실질적인 동업 관계라는 관점 역시 동의하지만, 복잡계 속에서 소액주주의 가치를 보다 건설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저자가 다룬 많은 주제에 대해 이견이 있었으나 반박할 논리의 부족함을 느낀다. 아마도 과거의 관행과 도덕적 관념이 내 주장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지, 깊은 의심이 드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다음과 같은 바람을 남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이들이 불편하기를 바란다. 불편하다는 건 그만큼 나의 사상으로 당신의 정수리를 후려치는 셈이니까 불편하길 바라고 썼다.” (358)

 

불편하다.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기엔 강한 공격을 받은 기분이다. 그러나 이것이 식견을 넓혀가는 과정이라면, 지금의 이 감정도 소중한 경험임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깊은 생각을 남겨 준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좋은 책이다. 많은 분이 읽어보시길 권한다.

 
(증정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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