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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도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 맘마미아2 :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어.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어!”

*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한 심리학자가 인생을 즐기는 법

*욥을 위한 변명 : 해석에서 공감으로, 6개월의 마지막 여정

 

초등학교 시절 미술대회에 수없이 나갔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도 꽤 들었기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그 흔한 입선 한번 하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비 오는 봄날, 비원에서 향원정을 그리고 있었는데 데이트하던 누나가 제 스케치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연필 한번 줘 볼래?” 부끄러움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스케치 연필을 전해주었습니다. 짧은 시간 누나는 향원정의 봄 풍경을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웃으면서 하는 말 물감으로 예쁘게 덧칠하면 돼 순간 제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그 그림도 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왜 제가 상을 받지 못했을까요? 제가 처음 경험했던 열등감이었기에 작은 상처로 남아있는데 이제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시선과 감성으로 공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은 엄마 배 속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과 감성이 꽃을 피우는 영화관을 좋아하는데 내 시선, 내 감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맘마미아2가 개봉하는 날 설레는 가슴으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는 옆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 것을 싫어해 표 3장을 예매합니다.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는 공간을 확보한 후 영화에 집중하는데 그 작은 사치를 부러워한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는 조조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유는 그 벗과 비슷합니다. 숨 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한 공간을 몇 사람이 채우고 있기에 영화는 자신만의 빛깔을 뽐내는 단풍처럼 제 감성을 예쁘게 물들입니다. 보통의 영화는 서사가 중심이 되지만 뮤지컬 영화는 이야기보다 노래와 춤, 아름다운 배경이 주가 되기에 감성이 호강합니다. 여기에 익숙한 리듬에 맞춰 약간의 몸동작도 가미할 수 있기에 이런 장르의 영화는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 행복해라는 감탄사로 끝나게 됩니다. 맘마미아2가 좋은 영화라고 기억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순간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으므로 더군다나 젊음의 한때를 ABBA와 함께 보낸 추억이 있는 나이라면 가슴속에 숨겨 놓았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합니다. 이것이 음악의 힘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영화가 인생의 봄, 여름을 예쁘게 포장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맘마미아2는 인생에 대한 불안, 걱정이 없습니다. 도나의 젊은 시절과 사랑을 멋지게 포장해 놓았기에 관객들도 쉽게 공감하며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됩니다. 영화 속에는 인생의 가을, 겨울이 거의 없습니다. 있다 할지라도 행복한 모습뿐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인생의 봄날을 지나 가을, 겨울로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계절의 특징은 꿈꾸는 것보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어울리기에 화양연화(花樣年華), 리즈 시절이란 단어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인생은 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지 않는 인생의 가을, 겨울이 찾아옵니다. 물론 황혼 녘의 인생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가치 있고 멋진 인생을 사는 분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병과 죽음이 가까이 와 있는 것이죠! 화려한 빛깔로 서쪽 하늘을 물들이던 석양이 한순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종말을 맞이할 수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보다 작가로서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김혜남은 8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을 통해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7년 만에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란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저자는 의사에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등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삶은 누가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도 인생의 가을, 아니 겨울 초입에서 만난 병마와 함께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흔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절정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달렸기에 아직도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축복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마흔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병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무하마드 알리가 이 병을 앓다 죽었다는 것뿐입니다. 저자의 글을 읽어보면 이 병이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혜남은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식전달이나 일방적 교훈을 전달하는 책이라면 반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녀가 체험하고 이겨낸 삶의 기록이기에 책 속에는 진정한 감동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기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저자는 오늘도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중국어 공부도 제대로 해 보고 싶고, 진짜 끝내주는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고, 서해 남해 동해를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싶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사는 게 재미있다. 앞으로 병이 다시 악화되어 책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더라도 나는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의 어둠 때문에 좌절하고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은 분명 짙은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한 줄기 햇살처럼 삶을 빛나게 해 줄 것입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광경은 제 눈물샘을 가장 많이 자극했기에 명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장발장은 사랑하는 딸 코제트를 축복하고 ‘Bring Him Home’을 부르며 죽음을 맞는데 알피 보(Alfie Boe)의 미성과 함께 제 가슴을 더 먹먹하게 하는 것은 이 노래의 가사입니다.

 

하늘에 계신 주님

절 이제 데려가 보호해 주세요.

당신이 있는 곳에 나도 있게 해 주세요.

날 데려가 주세요

 

얼마나 감동이 되었으면 이 노래를 제 장례식 때 진혼곡으로 쓰고 싶었을까요? 아니 쓸 것입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친숙했던 이름들의 부음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죽음은 한여름 밤에 내리는 소낙비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어두움입니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장발장의 고백처럼 하나님이 계신 곳에 자신도 있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죽음은 소망과 함께 맞을 수 있습니다. ‘욥을 위한 변명은 그런 면에서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안석모는 목사이고 감리교 신학대학 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다 폐암에 걸려 60세의 나이로 고인(故人)이 되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 6개월의 투병과정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를 사랑했던 친구들은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기억하도록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리움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이 잘살았다는 증거겠죠? 안석모 목사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있을 때 그를 진단한 한의사는 책을 놓으라 고 권하지만, 저자는 책을 끊는다면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혼잣말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가장 이상적인 죽음을 구구 팔팔 이삼 사(9988234)’로 표현합니다.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고 4일째 간다는 뜻이라는데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죽음이 비극적인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눈물짓지 않고 애써 태연 하려 하였다. 더욱이 나는 목사이지 않은가!”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목사이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도 달라야 합니다. 이것을 당위라고 믿기에 죽음은 자신에게도 부담과 함께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안목사의 병상일지는 살고자 하는 희망과 목사이기에 죽음도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는 존엄 속에서 쓰여지고 있습니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의 글은 정직한 내면의 고백이기에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끄러움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더 성숙한 믿음의 자세를 안목사는 친구들에게 전합니다. ‘신앙과 종교가 내게 힘이 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오히려 이 질병을 통하여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보고, 생각하고, 고통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가장 좋은 길을 제시한다는 데에 있다. 아니, 그런 길 자체가 신앙이고 종교이다.’(99) 저자는 이 믿음을 가지고 투병 생활을 지속하기에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비칩니다. ‘욥기를 위한 변명은 살아있는 자에게 삶의 귀중함을 깨닫고 엉터리로 살지 말 것을 각성하게 합니다.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저녁에 부는 선선한 바람을 피부에 느끼면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계절의 가을보다, 제 인생의 가을, 아니 겨울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 각성은 삶에 긴장감, 절실함을 가져다줍니다. 꿈꾸는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삶의 지혜를 가지고 성숙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은행잎이 황금색으로 물드는 가을에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해 교보문고를 거쳐 삼청공원에 이르는 길을 좋아합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이면 꼭 그 길을 홀로 걷고 싶습니다. 인생의 겨울 앞에 서 있다 할지라도 하나님께 희망을 두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인생의 선배들을 통해 기분 좋은 가을내음을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이 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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