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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도서] 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주 방언으로 뭔가를 하겠다, 할 것입니다라는 뜻을 지닌 '하쿠다'. 제주에는 이 단어를 따서 이름을 지은 사진관이 있다. 어떤 사진이든 열심히 찍겠다는 각오로 이름지은 '하쿠다 사진관'은 젊은 남자사장 '석영'이 최근에 문을 연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곳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연제비'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가 찾아온다. 제비는 서울에서 제주로 한 달 살기를 왔다가 어떤 남자와 부딪히는 불의의 사고로 신용카드와 휴대폰, 비행기표마저 몽땅 바닷물에 젖어버리고 눈에는 커다란 멍까지 들었다. 고장나버린 휴대폰으로 몇 시인지도 알 수 없는 제비의 앞에 나타난 대왕물꾸럭마을의 표지판. 대왕 문어 마을 입구에 있던 석상 문어의 입에 손을 넣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호기심삼아 시도해보던 제비. 그녀는 좀 더 주변을 둘러보다 하쿠다 사진관을 발견하고 얼결에 취업까지 성공하게 되며 제주에 좀 더 머물게 된다.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아 사진관과 카페 파티장까지 모두 하고 싶다는 욕심많은 사장님은 포부와 다르게 뭔가 허술해보이고, 결국 제비는 사진관을 살리고 월급도 살리기 위해 하쿠다 사진관의 SNS담당자이자 촬영스탭 겸 매니저일을 하게된다. 원래 유아교육을 했다가 아동사진을 찍었던 제비는 하쿠다 사진관에서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며 성장하기도 하고,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사진관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사진관을 지키는 사장인 석영도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처음엔 이름이 제비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개명한 이름인가했는데 태어나보니 그런 이름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한 번 듣고 잊을 수 없는 이름이라 하쿠다 사진관의 사장님에게도 전에 얽혔던 사람에게도 선명하게 기억되나보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소설 속에서 끝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관계가 남긴 했지만. 이외에 소설은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있었다. 제주도 고등학교 동창들로 오토바이를 타며 즐기는 여성 라이더들, 신혼여행을 누구보다 힙하고 특이하게 찍고 싶다는 신혼부부, 수중촬영을 하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 제주도 환경을 조사하는 지질학자 등등. 게다가 제주 사투리가 더해져 글만 읽어도 왠지 제주의 바다 느낌이 물씬 전해져서 좋았다. 때문에 여름에 읽기에 딱 좋았다고 해야할까. 소설을 읽으며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나의 장소에 여러 사람들이 찾아오며 사연을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하쿠다 사진관'이 특별한 점은 따뜻하면서도 정겨운 우리의 문화 즉 해녀이야기가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등장하는 제비는 바보같기도 하고 비호감상에 가까웠다. 사장님인 석영은 어디서 사기당하기 딱 좋아보였고 제비도 소설의 첫부분에 등장하는 불의의 사고 때문에 답답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 토박이 사람들을 만나 한 번에 알아듣기에도 어려운 사투리를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글에서 전하는 제주 느낌만을 받아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무심한 듯 정겹고 괄괄하면서도 따뜻하다. 그렇기에 대왕 물꾸럭 마을의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도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문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마을이자 조난당한 해녀를 구한 문어가 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대왕 물꾸럭 마을. 해마다 문어 금어기를 지정하고 물꾸럭 맞이 축제를 한다는 마을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던 건, 외지인과 제주 토박이를 갈라두긴 하지만 점차 모두 하나로 섞여드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말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면 꼭 가보고 싶었고, 사진관을 찾아 여행사진도 맡겨보고 싶었다. 책을 덮고나니 꼭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어쩌면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났거나 하는 모습들을 빼놓지 않고 오롯이 담아낸 석영의 사진들처럼 멋진 기억들을 선물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잔뜩 들게 하는 소설이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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