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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도서]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저/김소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두 명의 소년과 두 사람의 뒤를 좇았던 남자의 이야기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제목부터 독특한 소설이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었다. 그렇게 펼쳐든 소설은 복잡한 가정사와 함께 시작한다. 두 소년 중 하나의 이름은 다치하라 시후미. 시후미는 어머니인 미나코가 변변찮은 남자 아키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였다. 사랑에 눈이 멀었던 미나코는 극단원에 난봉꾼이었던 아키라와의 결혼생활을 꿈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좌절되고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재혼하며 시후미를 버린다. 시후미는 미나코의 부모 즉 다치하라 교고의 양자가 되고, 이후 시후미는 할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며 살아가야 했다. 이런 시후미의 사정을 잘 알고있는 유키는 교고의 아내인 다치하라 다카코의 조카였고, 교고가 공원에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 사건으로 조사를 부탁받게 된다. 조사를 부탁해온 사람은 다카코로, 그녀는 남편인 교고를 살인한 범인으로 시후미가 수상하다고 말한다.

 

처음엔 굉장한 가계도 때문에 이게 뭔가 싶었던 소설이었다. 나는 현실 친족관계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이렇게 꼬아두면 한 번에 기억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 소설은 유키가 조사대상을 조금씩 늘려나가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유키는 시후미가 수상하다는 다카코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곧이어 터진 시후미의 생부 아키라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스스로 사망했다고 하자 언뜻 시후미의 얼굴에서 미소가 나타난 것을 보고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누구도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에 독특한 분위기와 성숙미를 가진 시후미. 그런 시후미에게 비밀이 있다는 건 유키가 시후미의 과외를 맡았을 때 우연히 보게 된 노트를 떠올리게 되면서부터였다.

 

소설 속에는 아픔이 많았다. 남들이 보기엔 번듯한 집안이지만 학대당한 소년 둘에 그냥 학대 그자체를 견뎠던 소녀 하나. 그리고 뻔히 보이는 사실을 모른체했던 어른들까지. 제목을 보고 섣부르게 따뜻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소설의 분위기는 서정적이면서도 차분하다. 극도의 통제 끝에 늘 평온한 표정을 가면처럼 쓰고 있는 시후미가 중심을 잡고 있어서인지 소설의 느낌도 시후미를 따라갔다. 차분하고 정갈하지만 무언가 숨겨진 것 같고 어느 한편으로는 찜찜하기도 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때문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부터는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유키가 찾아낸 진실이 과연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전체적으로 그려지는 동안 독자는 유키를 따라 진실을 유추해 볼 시간을 갖는다. 솔직히 숨겨진 비밀이 그리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았다.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으로 시후미의 인간미를 드러내는 점도 마찬가지. 그 밖엔 남들이 모르는 우정을 쌓으며 미래를 계획했던 부분에서 굉장히 신중하게 나오는 성격들에 놀랐었다.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중학생이었는데 일찍 성숙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두 소년이 안타깝기도 했다. 가벼운 미스터리물이 아닐까하고 시작했던 소설이었으나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소설 내용이 진행되는 내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 같아 어쩐지 여름과 잘 어울렸던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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