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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도서]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옥에 세를 줬다는 책 소개를 봤을 땐 그냥 판타지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배경은 평범한 현대다. 현대의 낡은 단독주택에 악마가 세입자로 들어온 것이다. 사람 이름이 악마인 게 아니라 정말 악마다. 그러니까 단독주택의 문 안쪽은 사후에 갈 수 있는 지옥으로 통한다는 말이다. 한쪽이 지옥이 된 후 집 안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지옥에선 죄값을 치루며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리고, 문을 통해 종종 죄인들이 탈출하기도 하며, 이승에서 남겼던 음식을 모아 쓰레기통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주방에 등장하기도 하고, 지옥의 열기를 버티지 못해서 저절로 열리는 문짝을 통해 온갖 종류의 지옥을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럼 도대체 왜 인간 세입자도 도망칠 낡고 불편한 단독주택에 지옥이 생겼는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순하다. 집주인인 할머니가 지옥의 리모델링으로 죄인을 둘 곳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빈 방과 남는 공간을 빌려주겠다 악마와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서주'는 악마에게 방을 임대해 준 할머니와 사는 동거인이다. 남들은 모두 손녀로 알고있지만 사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이며, 입은 걸고 행동은 험하나 정이많은 할머니에게 주워져 손녀노릇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던 어느날 세입자가 하나 둘 나가고 빈 방이 많았던 할머니의 집에 새로운 세입자인 악마가 들어왔다. 이후 이상한 일을 하나씩 목격하면서도 서주는 할머니 대신 하는 주택의 청소와 관리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본 첫 소감은 와 담력 끝내준다였다. 나같으면 1분 1초도 그런 곳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옥에서도 빛은 있는지 세입자인 악마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처음 시작은 미숫가루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서주를 향해 '출근하기 전에 당 채우고 나가기♡'라는 쪽지가 붙어있던 미숫가루. 예쁜 유리잔에 땅콩가루까지 야무지게 넣어 만든 미숫가루를 서주는 먹고나서야 할머니 솜씨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이후 서주는 미숫가루를 만들어준 게 새로운 세입자 악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의외로 상식적인 악마와 친해진다. 뭐라고 불러야하냐는 악마의 말에 '저기요'라고 부르라고 말한 것도 소소한 재미포인트가 되었다. 그리고 정말 의외였지만 소설은 뒤로 갈수록 이게 로맨스였던가?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분명히 미스터리물인줄 알고 시작했는데 뜻밖의 로맨스 분위기라 후에 뒤통수 엔딩인가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정도면 로맨스 비중이 별로 없어도 잘 읽는 독자로써 로판이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고보니 제목도 로판이 생각나게 한다.

 

난 당신이 좋아하는 걸, 당신을 웃게 할 수 있는 걸 전부 할 겁니다.

그게 당신을 파멸로 몰아간다 해도. - 119p


 

소설 속 지옥의 모습은 괴기하고 그로테스크한 면도 있다. 지옥을 묘사하고 있기에 읽으면 한구석이 섬뜩해지기도, 징그럽기도 하다. 분명히 그런데 굉장히 잘 읽히는 편이기도 하다. 위트있는 문장들과 통통튀는 상상력에 더해 서주가 속으로 생각하는 100% 팩트에 기반한 신랄한 말들이 재밌었다. 술술 읽히며 넘어가는 책장을 보니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게 단번에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이 소설에서 큰 사건이 되는 건 할머니와 난봉꾼 아들, 서주와 악마다. 할머니는 친아들이 둘 있었고 하나는 죽은 상태다. 하지만 하나는 살아남아 돈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며 집문제로 이미 여러번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서주는 할머니의 손녀처럼 늘 할머니를 챙기나 남이었다. 서류상 아무런 관계가 아닌 사람들. 그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주에게 족쇄가 된다. 서주에게 할머니는 하나뿐인 가족임과 동시에 남이라 계속 아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해가며 상처받기도 한다. 이 부분이 바로 소설에서의 적절한 무게감이었고, 때문에 서류상의 관계없이 끝나는 악마와의 결말부도 인상 깊었다.

 

그 밖에 사려깊은 조연캐릭터들도 좋았고 지옥의 설정도 재밌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만난 언니는 진국이었으며 주인공 서주를 짝사랑했던 연하남은 귀여웠다. 늑골, 폐, 심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한 조각씩 떼어와 필명을 지은 것부터 예사롭지 않은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았다. 어떻게 문 뒤에 지옥을 불러올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덕분에 재밌는 상상력을 마음껏 엿볼 수 있었다. 중간에 나왔던 악마가 일을 하는 모습, 관리하는 곳이 있는 듯했던 내용, 이승에 오게 된 지옥이 어디까지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설정 등등 세심한 부분도 눈에 띄어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의 결말만 보면 2권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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