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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몽타주

[도서] 현대사 몽타주

이동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 신문이나 뉴스로는 알 수 없는 세계의 이면을 접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더욱이 그것이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도 없고 접할 엄두도 못 내는 사료들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전문가가 공들여 쓴 책이라면 일부러라도 읽어볼 만하다.


이동기 교수의 책 <현대사 몽타주>가 그렇다. 서양사 중에서도 독일과 유럽의 현대사를 전공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현대사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한다. 제1부 제1장 '1차 세계대전 바로쓰기'의 내용부터 충격적이다. 1차 세계대전이 왜 일어났는지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라예보 사건(세르비아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총으로 쏴 죽인 사건)과 독일 빌헬름 2세의 무리한 야욕을 원인으로 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시각은 다르다. 오늘날 전문가들은 당시 독일은 물론 오스트리아, 세르비아, 러시아, 프랑스, 영국 모두 정치 지도자들의 상황 인식과 문제 해결 능력이 좋지 않았고(어떤 지도자들은 편두통과 위염,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료도 있다), 이로 인해 오판과 오류가 속출하다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속았다'는 어떤가. 유대인 출신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의 학살 수용소로 이송시킨 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직접 본 뒤, 1963년 자신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테제를 제시했다. 테제의 핵심은 아이히만이 악마적 본성을 지닌 흉포한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평범'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테제이지만, 최근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연기에 속아넘어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아있는 사료와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보면, 아이히만은 상부의 명령을 생각 없이 수행하는 진부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완벽한 악인이었다.


최근에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역작 <이것이 인간인가>에 나오는 의인 로렌초처럼, 가혹한 환경에서도 타인에 대한 연민과 연대 의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준 역사 속 선인들을 발굴하는 작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북한에 있는 남편을 47년간 기다리며 수절한 동독 할머니 레나테 홍의 이야기를 최초로 세상에 알린 역사가이기도 하다. 레나테 홍은 1954년 동독에 유학 온 북한 남성 홍옥근과 사랑에 빠졌고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이후 동독과 북한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 당국이 홍옥근을 불러들였고, 그 이후 47년간 만나지 못했다. 이 밖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현대사의 비밀과 비극이 얼마나 더 있을지 생각하면 아득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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