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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도서] 진실의 10미터 앞

요네자와 호노부 저/김선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열심히 읽었는데 요즘은 좀 시들하다. 사람 죽이는 이야기, 죽인 사람 찾는 이야기를 왜 그렇게 열심히 읽었나 싶고, 앞으로는 좀 덜 읽어야지 싶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게 되는 작가다. 이 작가는 미스터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이기는 해도 사람 죽이는 이야기나 죽인 사람 찾는 이야기를 많이 쓰진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른바 '코지(cozy)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라서 비교적 부담 없이 읽게 된다.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고전부 시리즈>인데 후속편이 나올 기미가 안 보이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에 읽은 <진실의 10미터 앞>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전작인 <안녕 요정>과 <왕과 서커스> 사이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나는 국내에 먼저 출간된 <안녕 요정>과 <왕과 서커스>를 읽고나서 <진실의 10미터 앞>을 읽었지만, <안녕 요정>과 <왕과 서커스>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면 <안녕 요정>, <진실의 10미터 앞>, <왕과 서커스> 순으로 읽길 권한다. 참고로 <안녕 요정>은 고등학생들의 일상에서 생길 법한 소소한 미스터리를 그린 귀여운 하이틴물이고(<고전부 시리즈>와 비슷하다), <왕과 서커스>는 외국에 간 다치아라이 마치가 왕의 암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진지하고 묵직한 장편 소설이다.


이 책은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다치아라이 마치'다. 프리랜서 기자인 다치아라이 마치는 신문사나 방송사, 잡지사에 속해 있는 정규직 기자들과는 다른 시선과 깊이로 사건을 취재해 언론인들 사이에서 나름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표제작 <진실의 10미터 앞>은 다치아라이 마치가 프리랜서가 되기 전 <도요 신문>에 재직할 당시 나고야에서 후배와 함께 한 실종 사건을 취재한 과정을 그린다. 다른 다섯 편의 소설과 달리 화자가 다치아라이 마치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 밖에 전동차 투신 사건를 그린 <정의로운 사나이>, 고등학생 커플의 동반 자살 사건을 그린 <고이가사네 정사>, 이웃의 고독사를 그린 <이름을 새기는 죽음>, 조카를 살해한 살인범의 이야기를 그린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 태풍 속에서 살아남은 노부부의 비밀을 그린 <줄타기 성공 사례>가 이어진다. 단편 하나 하나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비교적 분명하다. 꼼꼼하게 보지 않고 무심코 넘기는 것들이 뜻밖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 나 이외의 존재를 끊임없이 주시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비극적인 죽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언론 보도가 사건 수사의 향방을 바꾸고 심하게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도 암시한다. 이는 <진실의 10미터 앞> 이후를 그린 <왕과 서커스>에서도 두드러지는 문제 의식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점점 더 구체화되는 다치아라이 마치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다치아라이 마치는 외모와 행동이 단정하고, 일하는 태도가 깔끔하며, 사건을 대하는 자세도 진지하고 물샐 틈 없다. 좋게 보면 프로페셔널하고, 안 좋게 보면 인간미 없어 보이는 그가 일련의 사건들을 취재하고 기사화하면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치아라이 마치의 대학 후배로 나오는 화자는 다치아라이 마치가 예전과 달리 운을 믿는 사람이 되었다며 놀라워한다. 다치아라이 마치는 대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기에 후배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무엇이 다치아라이 마치를 운을 믿는 사람으로 바꿨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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