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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도서]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정세랑 저/최영훈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같은 때에는 길이가 길고 묵직한 소설보다는 길이가 짧고 가벼우면서도 강렬한 영감 내지는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 제격이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세랑 작가의 신작 <청기와 주유소 씨름 괴담>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열 살이 되기 전에 60킬로그램이 넘었다. 사람들은 또래보다 한참 뚱뚱한 그를 측은해 하는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하나 남은 혈육인 할머니는 '결국 다 호르몬 때문'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나'는 계속 먹었고, 그 결과 중학교 때는 100킬로그램에 육박하고, 고등학교 때는 100킬로그램을 훌쩍 넘었다. 우연히 씨름부가 유명한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당연히 씨름부 코치들은 그를 영입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씨름 선수가 되었는데, 씨름 선수가 되니 나름 좋았다. 예전에는 '그냥 뚱뚱한 아이'였는데 이제는 씨름 선수답게 몸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예전에는 그만 먹으라고 성화였는데 이제는 더 먹으라고, 더 먹고 몸을 키우라고 했다.


이후 '나'는 씨름 선수를 그만두고 취직을 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문제의(?) 청기와주유소다. 청기와주유소의 점장은 '나'를 점장 대 직원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대했다. 쉬는 날에 골프 연습장에 데려가기도 하고, 비싼 음식을 사주기도 했다. 할머니는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며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고 '나' 역시 탐탁지 않았지만, 달리 할 일도 없고 비싼 음식을 실컷 먹게 해주는 게 좋아서 그냥 계속 따라다녔다. 어느 날 점장이 '나'에게 한밤에 도깨비와 씨름을 해서 이겨달라는 기묘한 제안을 하기 전까지는...!


정세랑 작가의 전작 중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과 결이 비슷한 작품이다. 배경은 현대인데 판타지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 그렇다. 금방 읽고 잊어버릴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나는 의외로 여운이 길게 남았다. 딱히 뭘 바라지 않고, 되는 대로 허허실실 웃으며 살아온 청년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자기 자신도 몰랐던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이 깊은 감동을 줬다. 어쩌면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소설 속 '나'처럼 의연하고 담대하게 행동할까. 이 또한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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