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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도서]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저/홍승원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의 수는 남성의 수에 비해 턱없이 적다. 역사로 기록된 모든 순간에 여성이 존재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건만,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인 탓에 여성의 존재를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삭제한 까닭이다. 그래서 여성의 손으로 여성의 역사를 발굴하고, 여성의 눈으로 여성의 역사를 새로 쓸 필요가 있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영국 여성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해 쓰였다. 저자인 매기 앤드루스와 재니스 로마스는 각각 영국 우스터대학교와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강의해 왔다. 책에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여성의 역사와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100가지 사물을 선정해 소개한다. 물건들 중에는 여성의 삶을 보다 쾌적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것이 있는가 하면, 왜곡된 여성성을 강요하거나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여성의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물건들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물건은 바이브레이터이다. 여성의 자위는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여성은 자위를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1976년에 발표된 <하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대부분이 이성애적 삽입식 섹스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며, 53퍼센트는 자위를, 8퍼센트는 다른 여성과의 성행위를 선호했다. 17퍼센트는 아예 성행위 자체를 선호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자기 몸을 스스로 탐구하기보다는 타인(주로 남성)에게 발견되기를 꿈꾼다. "그들은 자위를 하기보다는 백마 탄 왕자님을 꿈꿉니다. 하지만 그건 월트 디즈니 아닌가요?" (142쪽, 베티 도슨의 말 인용)


이 밖에도 가정과 사회, 과학과 기술, 패션과 의상, 소통과 이동, 노동과 고용, 창작과 문화, 정치 분야에서 여성의 삶을 극적으로 바꾼 물건들이 차례로 소개된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물건을 고르라면 단연 세탁기이다. 한 번이라도 손으로 빨래를 해본 사람이라면 빨래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노동인지 이해할 것이다. 세탁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빨래는 전적으로 여성들에게 맡겨진 노동이었다. 20세기 초까지 여성들은 옷은 물론 침대보, 식탁보, 베개보, 커튼, 기저귀 등의 빨랫감을 직접 빨아야 했다. 부유한 집에서는 빨래만 하는 하인을 따로 고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엄마나 딸들이 빨래를 도맡았다. 세탁기가 발명된 후 이들의 삶이 한결 편해지고 여유로워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장 황당하면서도 열받는 물건은 '잔소리꾼 굴레'다. 잔소리꾼 굴레(scold's bridle), 일명 '브랭크(brank)'는 죄인의 머리 위로 뒤집어 씌워 칼라처럼 목둘레에 걸치도록 되어 있는 쇠틀로 된 장치다. 정면에는 입속으로 고정되는 돌출부가 있어서 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해 말을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도 마실 수 없었다. 이 장치는 '감히' 남편에게 잔소리하는 여성, 가부장제에 도전하는 아내나 딸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어처구니없는 장치가 18세기까지도 널리 사용되었으며 1967년에야 영국 형법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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