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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아침

[도서]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저/민승남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미권 사람들이 하이쿠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의구심이 든다. 일본어를 할 줄 알면 모를 모를까,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과연 하이쿠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메리 올리버의 시집 <천 개의 아침>을 구입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영시를 척척 이해할 만큼 잘하지는 못하는 내가 과연 이 책을 온전히,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우리말로 번역된 소설도 잘 읽고 산문도 잘 읽는다. 원어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던 적도 있고 실제로 원서를 구입해 읽어본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말 번역본을 아무런 의문이나 의심 없이 읽는다. 그러니 시도 그렇게 읽으면 되지 않을까. 번역 과정에서 더해지거나 덜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익숙지 않은 언어로 쓰여 있어서 영영 읽지 못할 뻔한 글을 읽을 수 있으니 기쁘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만난 이 시집은, 기대한 대로 여유롭고 편안했다. 1935년생인 시인은 1963년 첫 시집을 발표한 이후 평생 서른 권이 넘는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북동부에 있는 프로빈스타운에서 날마다 숲과 바닷가를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시를 썼다. 그의 시에는 바다, 파도, 나무, 해바라기, 장미 같은 자연물이 자주 등장한다. 고양이, 개, 주머니쥐, 굴뚝새, 백로 같은 동물도 단골로 나온다. 

 

나무의 그늘이나 황야의 빈 공간처럼 무엇이 '없는' 자리를 보고도 시인은 무엇이 '있음'을 느낀다. 공터를 가만두지 못하고 공항 활주로 같은 인공물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일침하는 시도 있다(<공항 활주로 확장>). 종국에는 작은 구름이 되어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지구 표면의 물과 들을 내려다 보고 싶다고도 말한다. 과연 그는 소원대로 작은 구름이 되었을까. 지금쯤 어느 땅 위를 날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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