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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리브

[도서]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저/정연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다시, 올리브>는 전작인 <올리브 키터리지>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에이미와 이저벨>, <버지스 형제>와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서 두 작품을 아끼는 독자로서 환호성을 지르고 싶을 만큼 좋았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물론이고 <에이미와 이저벨>, <버지스 형제>를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면 <다시, 올리브>도 꼭 읽어보시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이 좋은 건, 대상을 선 또는 악으로 재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올리브 키터리지만 해도 그렇다. 올리브는 선한 사람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그는 아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고,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을 낮추어 보기도 하고, 손주들을 차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올리브가 악한 사람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아들을 열심히 키웠고, 남편이 죽을 때까지 오랫동안 병수발을 했다. 정치적 견해는 정반대이지만 그 외의 것들이 잘 맞는 남자를 만나 재혼했고, 당장은 가난해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올리브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악마 같은 존재라면, 어떤 사람에게는 힘들 때 도와준 평생의 은인이자 사랑스러운 연인이라는 사실- 은 양립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모순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백인인 건 맞지만, 작가가 백인 일색인 사회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백인 일색인 사회가 얼마나 취약하고 편협한지, 그 내부에 어떤 차별과 폭력이 숨어 있고 이를 교묘하게 은폐하는지를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균질한 백인 사회도 내부를 깊이 들여다보면 민족, 종교, 재산, 학력, 직업 등을 근거로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에 잘 나타난다. 심지어 헤어스타일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차별하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차별한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남과 같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남이 조금이라도 자신과 같지 않으면 경멸한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게 일상이 되어 그게 자신의 삶을 좀먹는 줄 모른다. 

 

나아가 작가는 '남과 같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기도 하는데, 이는 올리브와 이저벨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올리브와 이저벨은 나이도 비슷하고 태어나 자란 곳도 같고, 둘 다 약사와 결혼했고 자식들이 의사가 된 것도 똑같다며 기뻐한다. 물론 올리브와 이저벨은 노인 요양 시설에서 만나기 전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므로 서로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없었지만, 둘 다 여성이고 이성애자이고 정상 가족을 원했고 경제적 안정을 추구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비슷한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올리브와 이저벨의 자식들이 (어머니들의 말에 따르면) 효심은 지극하지만 결코 가까이 살지는 않는다는 것까지 닮았는데, 이런 걸 보면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는 것들이 정말 '스스로 선택'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개천에서 용 된 케이스라고 해도 - 결국 타고난 조건과 계급으로부터 영영 자유롭지 못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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