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도서]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이들 사이에 '진지충'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원래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를 조롱할 때 쓰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많은 아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아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 교실에서 책을 읽는 아이까지도 진지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실제로 이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를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진지충을 검색해보니 검색 결과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아마 내가 요즘 아이들과 학교에 다녔다면 영락없이 진지충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나는 어디서나 책을 읽고, 어려운 단어 사용을 즐기며,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생각도 많으니까. 

 

황영미 작가의 소설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의 주인공 다현은 아이들이 진지충이라고 부를 만한 속성을 지닌 아이다. 중학교 2학년인 다현은 책을 좋아하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클래식 음악과 가곡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알면 진지충이라고 놀리고 따돌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짜 모습은 오직 비공개로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체리새우'에만 털어놓는다. (블로그를 하는 사실조차 친구들에게 알리지 못한다. 친구들에게 블로그는 진지충들이나 하는 올드한 취미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계기는 국어 선생님이 내준 모둠 과제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들과 같은 모둠이 안 되어 서운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모둠이 된 아이들은 모두 능력자였고 호흡도 잘 맞았다. 특히 은유가 그랬다.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잘난 척이 심하고 다른 아이들을 무시한다고 했는데, 직접 대화해 보니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고 또래에 비해 성숙한 취향을 가진 것도 다현의 진짜 모습과 비슷해서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은유와 친하게 지내면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할 게 분명하다. 전에도 여러 번 은따를 당한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한 상처가 아직 남아있는 다현으로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나를 속이고 좋아하지도 않는 친구들과 지내는 게 맞을까,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나에게 솔직한 편이 맞을까. 이건 이 나이 때는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하게 되는 고민인 것 같다. 결국 다현은 용기가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되지만, 현실에서도 다현처럼 용감한 결단을 내렸을 때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릴 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바른 소리 했다가 혼자만 다치는 경우도 현실에는 왕왕 있으니. 하지만 내가 원하는 나, 진짜 나로 살기 위한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새우도 사람도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필요하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