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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것들

[도서]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저/이예원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맨부커상 최종심에 여러 번 오른 영국 작가 데버라 리비의 산문집이다. 문학동네 강윤정 편집자 님의 유튜브 '편집자K'에서 이 책(또는 이 작가)을 알게 되어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데버라 리비의 자전적 에세이 시리즈인 '생활 자서전'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두 번째 책 <살림 비용>은 2018년에 출간되었고, 세 번째 책 <부동산>은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1988년부터 다수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는 단 한 권도 소개되어 있지 않으니 안타깝다. (부디 소개되기를!!) 

 

이야기는 출근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저자가 스페인 마요르카로 혼자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초콜릿을 사려고 들어간 상점에서 한 중국인 남자와 알게 된 저자는, 그날 밤 한 식당에서 우연히 그 남자와 다시 만나게 되고, 식당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던 자신을 구해준 보답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가 존재하던 시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여자아이로서 유년기를 보낸 이야기를. 

 

저자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살았던 기간은 겨우 9년 정도지만, 그동안 저자는 갖가지 차별과 억압을 목도하고 경험했다. 흑인 보모인 마리아는 저자의 가족을 살뜰하게 보살피지만 정작 자신의 딸을 돌볼 시간은 없다. 학교에선 백인과 흑인이 따로 수업을 받고, 말이라도 섞었다가는 큰 곤욕을 치르게 된다. 백인 대모의 딸 멀리사 언니는 피부색이 다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숨긴다. 멀리사 언니네 집 하인인 조지프 아저씨는 백인 경찰에 의해 두 손가락을 잃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차별과 억압은 영국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외국에서 왔다는 것, 억양이 다르다는 것, 어리다는 것, 여성이라는 것 등등이 이유였다. 외국에서 와서 억양이 다른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아졌고, 어리다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차별의 이유에서 배제되었지만, 여성이라는 사실은 성전환을 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기에 계속해서 저자의 발목을 잡았다. 여성성, 모성이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인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버리지 못하고 기꺼이 엄마 역할을 하며, 자신을 부정하느니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여자들을 깎아내리는 편을 택하는 자기 모순에 괴로워했다.

 

책에는 소설가 박민정의 긴 추천사와 한강, 김숨, 한유주의 짧은 추천사도 실려 있다. 박민정의 추천사는 본문만큼 좋으니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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