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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도서] 화이트 호스

강화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제는 구독 중인 OTT 서비스로 호러 영화를 볼까 스릴러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오래전에 사놓고 여태 읽지 않은 강화길 작가의 소설집 <화이트 호스>를 꺼내 읽었는데, 와 씨...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음침한 날에 이보다 읽기 좋은 책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강화길 작가님이 원래 우울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고딕 스릴러를 잘 쓰신다는 건 알았지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어쩜 일곱 편이 하나같이 다 쫄깃하게 무서운지... (드라마화 원해요 ㅠㅠ) 

 

물론 그냥 무섭기만 한 건 아니고, 우리가 주로 무엇을 무섭다고 느끼는지, 그것을 왜 무섭다고 느끼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관찰하고 예리하게 분석한 결과를 한 편의 매끄러운 이야기로 구성해 제시한다. 이를테면 <서우>라는 소설은 여성들이 늦은 시각에 택시를 잡아탈 때 느끼는 공포를 먼저 보여주고, 그러한 공포로부터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실천하는 일종의 대비책들이 얼마나 취약하고 허술한지를 보여줌으로써 더 큰 공포를 야기한다. 

 

더 무서운 건, 이러한 공포가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인지 근거 없는 망상에 불과한 지가 헷갈린다는 것이다. 가령 <손>이라는 소설에서 남편이 해외에서 단신 부임하는 동안 시골에 있는 시댁에서 시어머니와 살게 된 미영은 낯선 환경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인 시어머니조차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불안에 떤다. 그런데 과연 시어머니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은 무엇에서 기인한 걸까. 애초에 미영 자신은 믿을 만한 사람일까. 

 

<가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하지만, 왜, 어째서. 그 무책임한 남자를 미워하는 것이, 이 미련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힘든 것일까. 왜 나는 항상 이 여자 때문에 미칠 것 같은가. (73쪽)" 나를 인간 취급도 안 하고 결국엔 불행하게 만드는 남자를,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불행해지는 것조차 감수하는 여자보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 뭘까. 여성 안의 여성 혐오를 분명하게 직시하고 서늘한 온도로 담아낸 이 책을 오랫동안 거듭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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