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시작된 나의 30대의 화두는 문화예술경영이다. 우여곡절(?) 끝에 스물아홉 끝무렵에 가까스로 이 분야에 뛰어들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배우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이 아주 많다. 일단 맡은 업무인 기획에 대한 책을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읽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디자인 기획에 관한 책으로 현업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계신 분들이 공저했다. 이제까지는 디자인과 기획이 분리된 업무 영역이었지만, 앞으로는 디자이너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고 기획자가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저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디자인 기획이다. 디자인 기획은 사업 기획, 프로젝트 기획, 디자인 기획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종래의 기획 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디자인 기획은 '이야기가 녹아있는 결정체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기 때문에 성격이 약간 다르다. 내가 이런 어려운 일에 도전하다니! 가슴이 철렁하지만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 기획자의 두 유형에 관한 대목이 있다. 기획자는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세부 그림을 보는 사람과 세부 그림을 먼저 보고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사람, 이렇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나는 후자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원칙과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은 전자와도 일치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후자처럼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많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는 후자 성향도 있지만 전자 성향이 강해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 기획이라. 좀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