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야베 월드 2막 읽기는 계속된다. ... 랄까 미야베 미유키 책만 주구장창 읽고 있는 것 같다. <솔로몬의 위증> 다 읽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 이어 어제는 <메롱>을 읽기 시작했다. 하아아... 다른 책은 언제 읽누...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1991년작이니 미야베 미유키 작품 중에서도 초기작에 속한다. 에도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혼조 일곱가지 불가사의'를 모티브로 쓰인 작품인데, 여기서 혼조는 도쿄 스미다구 지역을 일컫는다고(몇 년 전 도쿄 여행 때 스미다구 지역에 가보았는데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The 에도'라는 느낌. 뭐가 그런지는 잘 설명 못하겠다). 혼조 일곱가지 불가사의는 요즘으로 치면 도시 전설, 도시 괴담 같은 것인데, 작가는 그 중 유명한 이야기 일곱 가지를 택해 각색했다. 중심에 있는 인물은 모시치라는 이름의 오캇피키(오늘날의 경찰쯤). 허나 모시치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사건이 해결될 즈음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인물, 다른 이야기를 그리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괴담의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그린다는 점이다. <외잎갈대>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딸과 그런 딸을 짝사랑하는 가난한 남자의 마음을, <배웅하는 등롱>은 주인집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남자를 짝사랑하는 하녀의 마음을, <두고 가 해자>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미망인의 마음을,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 괴로워하는 딸의 마음을, <축제 음악>은 얼굴이 못생긴 여자의 마음을, <발 씻는 저택>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여인의 마음을, <꺼지지 않는 사방등>은 바람 피는 남편을 괴롭히기 위해 미친 척 하는 아내의 마음을 그린 식이다.
공포, 괴담, 미스터리...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의 내면에는 대개 이런 어두운 심리가 숨어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유독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대체 어떤 마음 상태인 걸까.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