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은 지 어느새 2년이 넘었다. 그동안 나에겐 빨간책방으로 인한 변화가 여럿 있었다. 먼저 김중혁을 알게 되었고, 그의 책을 시작으로 다른 한국 소설,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었다. 이동진의 다른 방송도 찾아 듣게 되었다.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첫회부터 (팟캐스트로) 들었고, 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가을엔 합정역 근처에 있는 빨간책방 카페에 가보았고, 지난주엔 빨간책방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가장 큰 변화는 책을 많이 읽게 된 것이다. 그 전부터 책을 좋아하고 열심히 읽었지만, 빨간책방을 알고부터는 방송에 소개된 책을 읽는 경우가 늘었다. 빨간책방의 간판 코너 '책, 임자를 만나다'의 '적임자' 이동진과 '흑임자' 김중혁이 나눈 대화를 모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 소개된 일곱 권의 책도 물론 모두 읽었다. <파이 이야기>, <그리스인 조르바>만 빨책을 듣기 전에 읽었고, <속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 나머지는 빨간책방을 듣고 나서 읽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호밀밭의 파수꾼>은 전에 몇 번이나 읽다가 포기했는데 빨간책방 덕분에 처음으로 끝까지 읽었다. 지난 2년 동안 빨간책방은 몰랐던 소설을 알게 해준 은인이자 아무리 노력해도 읽히지 않는 소설을 읽게 해준 조력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는 동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미 다 읽은 소설이고 방송으로 들은 내용이지만, 말과 글은 역시 다르고, 글을 선호하는 텍스트형 인간인 나에게는 역시 말보다는 글이 더 매력적이다. 책 한 권을 2주에 걸쳐 3~4시간 동안 다루는 방송인 만큼 내용이 방대했을 텐데 책 한 권으로 깔끔하게 갈무리된 느낌도 좋았다. 깊이있는 내용을 밀도있게 정리하면서도 두 분의 유머 그리고 케미(^^)를 놓치지 않았다. 북콘서트에서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의 후속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얘길 들었는데, 빨간책방과 함께한 시간을 책이라는 형태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나를 포함한) 빨책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이 책은 빨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year book이기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