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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나 혼자 일본 여행

[도서] 오늘 하루 나 혼자 일본 여행

박혜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금 여기 회사에서 인천 공항으로 순간이동하고 싶다!^;;ㅋ

 

지금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지만, 정작 떠날려고 마음을 먹으면 이런 저런 핑계와 이유를 대며 미루거나 못 가게 된다. 어떨 때는 금전적인 이유로, 어떨 때는 휴가가 짧다는 이유로, 또 어떨 때는 나의 체력과 이동 시간이 길다는 물리적인 이유로.. 그렇게 핑계를 대면서도.. 늘 그립고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몸을 떠나 마음이 지친 탓이다. 딱 내 행동 반경인 동해, 삼척, 강릉만 벗어나도 숨통이 트일 것 같은 기분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느껴지는 터라.. 지금 나에겐 이 책이 참 딱이었다.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일본 여행, 하루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여행 정보,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여행 경비.. 당장이라도 휴가계를 쓰고 떠나보고 싶지만 일단은 여권부터 만들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p.7

나는 독자 여러분이 이 글로 대리 만족하길 바라지 않는다. 단순히 이해와 공감에 머물기보다 행동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책을 덮는 순간 당일 여행 항공권을 검색하고, 현지 날씨를 검색했으면 좋겠다. 일상을 치유할 확실한 여행을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확행을 찾게 된다면 또 그것이 당일 여행으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일상에 건강한 틈을 만들자.

 

작가님 말씀처럼 이 글로 대리만족이 되지 않았다. 자꾸 엉덩이가 들썩였다. 책 읽는 중간 중간에 나오는 풍경에 당장 오늘 휴가계를 내버릴까~ 마음이 동요하지만 아직은 여권이 없는 관계로 꾹 참는 중이다. 시청은 왜 주 5일 근무만 하는 건지.. 우리 사무실처럼 당번제로 근무하면 여권을 만들러 가는 길이 참으로 가뿐하고 쉬울 텐데...ㅡㅡ;;;;

 

p.15

상사에게 욕을 먹거나 인간 관계가 힘들 때면 나는 눈을 감고 이륙하는 비행기를 떠올리곤 했다. 최대한 멀리 날아가 나와 아무 관련 없는 곳,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곳에 나를 꽁꽁 숨기고 싶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을 보인다고 한다. 스트레스 상황을 '위험하다'라고 인지하면 우리 몸은 '맞서 싸우거나(Fight) 도망칠(Flight) 수 있는 상태' 를 만든다는 것이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빨리 뛰어 숨이 가빠지며 근육은 긴장한다. 이는 모두 우리가 싸우든 도망치든 정확히 보고 쉽게 숨 쉬고 보다 빨리 반응하기 우해 몸을 준비시키는 현상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원초적인 반응이 바로 '맞서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인 것이다.

 

요근래 내가 딱 이랬다. 'Fight or Flight' 좀 아는 부분에서 지적질이 들어오면 들이받고 싶었고, 실수가 잦아지고 같은 실수도 여러 번 하게 될 때는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 그만큼 입사 3개월차는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받고 있었다.ㅠ,ㅠ;;;

 

p.20

현지인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아니 걸 수도 없다. 그들과 나 사이엔 언어라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어 장벽은 말 그대로 장애물이지만 또한 서로를 지키는 보호막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외롭지 않고, 내 말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해도 괜찮다. 낯선 언어에서의 고립이 나를 해방시키므로.

말귀와 말문은 막히지만 대신 새로운 기능이 살아난다. 시각을 차단하면 청각과 후각 같은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처럼 언어 기능을 막으면 사고 기능이 활발해진다. 낯선 언어 속에서는 평소 쓰던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물론 들어줄 사람도 이해할 사람도 없다. 떠오르는 감흥은 말로 바로 표현되기 보다 생각으로 남는다. 쉽게 내뱉었다면 쉬이 사라졌을 테지만 한 번 삼켰기 때문에 오랫동안 음미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생각은 새로운 영감이 되어 반짝 떠오르기도 한다. 낯선 언어가 생각의 자유를 선물한 것이다.

 

솔직히 이런 면에서는 꼭 이국일 필요는 없다. 좀 많이 젊은 이들 사이에 가면 된다. 그들은 그들의 무리가 아닌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하여 말을 걸지 않는다. 조금 필요 이상 시끄러울 뿐이다. 그 소음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이어폰과 음악플레이어가 있다면 나는 그때부터 자유로워진다. 청각이 차단되고 말을 나눌 이가 없어지면서 나는 조금 외로우면서도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또 작가님과 다르게 나는 떠오르는 감흥을 바로 메모하거나 녹음해두지 않으면 생각으로 남지 못하고 쉬이 사라져버린다. 사진을 찍는 것처럼 기억하고 싶지만 전에도 지금도 그런 기억력은 없다.ㅠ

 

p.48

'괜찮다'

'고생 많았다'

이 말이 듣고 싶어 그렇게 삐뚤어졌던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끝내고 도망치듯 항공권을 끊어 타국으로 날아왔다. 여행 가방은 분명 가벼웠으나 어깨는 무거웠다. 미움과 서운함이 동시에 어깨를 짓눌렀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사가 미웠고,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동료들이 서운했다. 나는 그들의 작은 눈빛에도 크게 흔들렸고 또 좌절했다.

타국에 와 이방인이 돼서야 그런 내가 얼마나 어리고 어리석었는지 깨닫는다.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지니 일상 속의 내가 객관적으로 보인다. 지금 내 앞의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듯 사회 생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어야 했다. 서로 침범하지 않을 안정적인 거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누군가 나를 침범해주길 바랐다. 내가 의지할 사람 그리고 나를 믿어줄 사람을 찾았다. 작은 호의에 크게 기뻐했고, 작은 무관심에 크게 서운해했다. 사회 생활을 했어야 했는데 다시 학교 생활을 했었나보다. 나에겐 마치 히사가 학교고, 동료는 친구이며 상사는 선생님 같았다. 선생님께 인정받는 학생,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친구처럼 회사에서도 그런 직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은 다른 누군가에게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해야 했다. 그들이 날 인정하지 않았던 게 아니고,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의지해야 했다. 남에게 의지할수록 남을 의식할수록 나는 더 외로워질 뿐이었다.

 

희한하게도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죄다 잘해야 본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래서 못하면 그저 내가 못난 거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그래도 전에 했던 일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잘 배우고 잘 터득했었는데.. 지금 여전히 많은 게 낯설고 어설픈 3개월차는 요근래 혹시 나는 바보가 아닐까? 내가 이 일과 맞지 않는 건 아닐까.. 왜 안 하던 짓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이러고 있나.. 자괴와 자책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p.98

유채꽃은 마치 벚꽃 대신 자신을 봐 달라는 듯 꽃 무리를 떨어댔다. 사실 이곳은 벚나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 숨어 있었다. 벚나무에 가렸지만, 벚나무 주변에 넓게 펼쳐진 유채꽃밭도 볼만했기 때문이다. 벚꽃이 진 자리에 새로운 노란빛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하나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다보면 주위 풍경을 잃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무엇인들 안 그럴까. 벚꽃만이 봄은 아닌걸.

 

3월말 벚꽃을 보며, 4월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를 보며, 문득 진한 향기를 맡게 하여 숙인 고개를 들게 하는 5월의 아카시아꽃을 보며.. 봄이 지나가는 걸 느낀다. 어릴 땐 미처 몰랐던 것들.. 나이가 들어 좋은 건 이런 것들..^;;;ㅎ

 

p.111

이렇게 더운 한여름에, 무기력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무기력은 다양한 이유로 또 예측할 수 없는 어느 순간에 찾아온다.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날씨 때문에 혹은 큰 이유 없이 호르몬에 지배되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무기력이었다. 사실 올여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고작 한 달 만에 좌절을 맛보고 덜컥 의욕이 없어진 것이다.

 

퇴근 후와 주말에 나와 자주 만나는 녀석이다. 약속도 안했는데 쓰___윽 들이민다.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싶게 하고 못하게 한다. 그래도 그나마 편두통이라는 녀석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안 그럼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게 되니까..ㅡㅡ;;;

 

p.126

주변을 보니 나를 비롯한 꽤 많은 사람들이 처마 밑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모두 더위를 피해 그늘에 모여든 모양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동지애가 느껴졌다. 커피와 함께하는 낭만적인 피서랄까. 우리는 아라시야마에서 같은 열기와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아이스커피 동지들이었다.

 

p.176

당일 여행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한 건 많은 사람들이 더욱 쉽게 해외여행을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도 쉽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영감을 얻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리고 싶었다. 여행을 통해 행동 반경을 조금씩 넓히면서 사고의 반경도 넓히고, 도망가거나 숨을 수 있는, 혹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바랐다.

 

 보온병에 시원한 커피 가득 담아 하루 종일 여기에 앉아 있어도 좋겠다.

 

p.191

보통 당일 여행을 할 때 최대한 혼자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든다. 그래서 자전거 대여하여 조용한 주택가를 가거나 관광지가 아닌 곳을 찾아가고, 자전거가 없어도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다닌다. 이번엔 화산섬에 대한 기대 때문에 투어 버스를 일정에 넣었지만 역시 내 여행 취향과 맞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얽매인 여행을 싫어하기도 하고, 시간에 제약이 생기니 하루 동안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느낌이었다. 결국 나의 당일 여행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것이 제일이다. 혹시 누군가 사쿠라지마를 방문한다고 하면, 한 시간짜리 버스 투어가 아닌 1시간 동안 자전거 하이킹을 추천하고 싶다.

 

추천, 고이 받습니다. 자전거는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전기자전거니까..ㅎㅎ

 

 언제고 당일치기로 일본에 가면 꼭 해보고 싶은 도심 속 정원에서 다도체험하기..

 

이런 좋은 여행 방법을 알려준 작가님께 무척 감사하다. 나뿐이 아니라 내 주변에 여러 지인들에게도 많이 권해주고 싶은 여행 방법이자 여행책이다. 흔하디 흔한 관광책자가 아니라 다소 부족한 정보일지라도 작가의 느낌따라 떠나는 이 여행법이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지금 있는 곳이 동해가 아니라 서울이나 인천이였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훌쩍 떠나기가 더 쉬울 텐데.. ㅎㅎ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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