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시나리오로 고전 읽기

[도서] 시나리오로 고전 읽기

명로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게 고전은 늘 어렵다. 높고 넓고 아주 두꺼운 벽과 같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을 여러 번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읽은 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로 아주 극극소수다. 재미를 떠나 너무나도 낯선 단어들이 내게는 늘 큰 벽이였는데.. 이번에 다시 시도한 고전 읽기는 그런 벽이 없어서 편안했다.

 

p.19

"이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존재가 있다.

알에서 태어나는 것,

태반에서 태어나는 것,

물에서 태어나는 것,

스스로 생겨나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눈에 보이는 것,

생각하는 것, 생각 못 하는 것,

생각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것,

거기에 더해 그 어떤 다른 존재가 있더라도

나는 그들을 모두 열반의 경지로 이끌리라.

그러나 앞에 말한 모든 것이 내 덕으로 열반에 들었다 해도 나는 그 어느 것도 열반에 들게 했다고 여기지 않으리라."

...

상대가 어떠한 존재임을 떠나 그에게 뭔가를 조금이라도 베풀었다는 생각을 품는다면 그 순간 이미 진정으로 베풀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닭집 사장 김선은 아르바이트생 은탁에게 자리를 비울 테니 쉬고 있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은탁은 사장님이 안 계셔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김선은 사장님이 안 계실 때 열심히 일하면 사장은 모른다며 그냥 놀으라고 쿨하게 충고하고 나간다. 그냥 요즘 현실이 그렇다. 부러 생색내지 않으면 나의 ''열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부러 먼저 내뱉어야 나의 '선함'이 누군가에게든 전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던 그 '정情'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게 부처는 이미 진정으로 열심도 선함도 하지 않았노라 이야기한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삶을 살게 되었던 것일까..

 

p.173

금강지 대사께서 말하길 "내가 떠나온 천축국에 오래전 미란왕이 있었다. 그분의 귀가 커 사람의 말을 귀하게 여겼는데 이는 나선 존자의 말을 듣고 도를 얻어 대중을 보살폈기 때문이다." 하였습니다.

 

절에 가면 불상이나 불화를 보면 그 안에 있는 부처나 보살 등등을 보면 모두가 귀가 유난히 크다. 어릴 때부터 언니를 따라서 절에 갈 때마다 큰 귀가 유난히 눈에 띄어 왜 귀만 저렇게 클까,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그 답이 이 문장 안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말을 귀하게 듣고 대중을 잘 보살피려는.. 부처가 전파하는 '자비'가 이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지 않을까..

 

 

p.191

출판사 대표는 제게 『논어』에 대한 책을 한 번 써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논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당시에 저는 공자가 고리타분한 사상의 원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저는 그가 던져 놓고 간 『논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가 치우고, 다시 읽다가 집어 던지고, 또다시 읽다가 막혀 끙끙대던 저는, 어느 날 공자가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면 공자가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내 방에 있는 많은 책들 사이사이에 오랜 시간 여러 번 읽기를 시도하다 결국 잊혀져버린 책들이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책이 눈에 띄고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술술 읽힐 때가 오기도 한다. 나는 그때를.. 책이 나를 읽어도 좋다고 허락하는 때라 느낀다. 어쩌면 저자가 느꼈던 그 느낌이 이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언제고 꼭 내게도 공자님이 말을 걸어주셨으면 좋겠다. 집에 공자님 말씀 관련 책이 여러 권인데.. 아직 한 권도 제대로 못 읽었다. 책이 내 나이보다 더 많아지기 전에 한 권이라도 읽어낼 수 있으면...ㅠ;;

 

 

p.203

2016년 가을, 저는 중국 곡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논어』에 빠져 있던 저에게 공자의 생가와 묘소, 사당이 있는 곡부는 성지와도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공자의 동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자와 제자들이 말 위에 올라 마치 세계 정복에 나서는 사람들처럼 진취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보며 '아, 저것이 현대 중국인이 생각하는 진짜 공자의 모습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자는 서당에 앉아 실용성도 없는 고루한 학문을 웅얼거리는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공자는 전쟁을 준비하며 병사를 지휘했고, 활과 검을 다루는 무인이었으며 누구보다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동시에 제자들과 악기를 연주하며 허물없이 담소했던 참된 스승이었고, 입맛이 까다로운 인물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나는 '공자' 하면  한자가 가득한 문장들과 소리내어 읽을 수 없음을 답답해하며 이미 그것만으로도 가까이할 수 없는 불통의 아이콘으로만 생각했다. 맨날 앉아만 있고, 일어나 있어도 기껏해야 제자들을 뒤에 줄줄이 늘어뜨리며 산책하는 모습만 떠올랐는데.. 말을 타고, 활과 검을 다루는 무인이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공자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깨트려버렸다. 의외라는 생각과 내 시야가 이렇게까지 좁았구나 하는 어리석음을 깨달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가볍게 접했지만 솔직히 여전히 내 방에 한구석을 차지하는 고전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나왔었던 인물들이 나오는 책들은 아주 조금은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또 생겼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조금씩 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고전을 술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듬성듬성 꾸준히 읽어나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ㅎ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난

    공자님 말씀이 나오는 책이 여러 권이라고요? 대단하신 져니님. 물론 안 읽었어도 언젠가 읽으리라고 준비를 하고 계신거잖아요. 전 그렇게 많지는 않고 단지 나중에 붓글씨를 다시 써볼까 하고 한자어와 관련된 책들만 몇 권 있답니다. 고전이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는데 전 수양이 부족한지 잘 모르겠어요.ㅋㅋㅋ

    2022.04.17 13:40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