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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도서]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류하윤,최현우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 공간을 다녀온 적이 있다.

2019년 겨울에서 봄으로 지나가는 계절.. 나는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들이 너무 좋아서 사진집 겸 명대사 북을 만들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었고 류하윤 작가님을 만났었다.

그리고 2022년 또 다시 봄에 나는 그녀와 그의 짝꿍이 쓴 에세이를 만났다.

 

p.23

작은 집을 꾸미는 최고의 인테리어는 바로 '꾸미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작은 집에 살면서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에 자주 감탄했다.

"이렇게 작은 집을 이렇게 넓게 쓸 수 있다니!"

물건이나 가구를 들이려고 할 때마다 우리는 질문한다.

'이 물건과 여백을 바꿀 만한 가치가 있을까.'

길게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나왔다. 대부분의 물건이나 가구는 여백과 바꿀 만한 가치가 없었다. 이 질문 하나면 물건을 들이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집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오빠네가 분가하고 엄마와 나는 2층에서 1층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2층 직사각형 내 방은 무척이나 작은 방이였음에도 1층 사다리꼴의 방에 비하면 공간 활용하기에 너무 좋았어서.. 나는 한 달이 넘도록 여전히 이사 중이다. 갖고 있는 걸 그대로 내려오기만 하면 되는 건데.. 쉽지가 않다. 2층에 살면서도 최소한의 것만 갖고 살려고 노력했는데.. 1층 방에 비하면 참 많은 걸 갖고 있었다. 과연 이사를 완전히 마쳤을 때 1층 방에는 '여백'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래서 더 이 책이 끌렸던 것 같다. 8평 원룸에 책상 하나 두고 산다는 그 홍보 문구가 너무도 혹~해서..^;;

 

 

p.48

나에게 북바인딩은 선물 같은 일이었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이 또다시 싫어지지 않도록 잘 지켜내고 싶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였다. 조금이라도 일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단호히 멈추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도 벅찰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일이면 거절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대신, 반대로 노를 내려놓는 꼴이었다.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나의 다짐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여서 이 부분을 읽을 때 깜짝 놀랐다. 빨리 배우고 싶어서 늘 최선을 다하기는 하지만 잘 지치는 나를 잘 알기에 과하게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조금 더 오래하고 싶은 나의 방어기제랄까..

 

 

p.52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과 동일하지 않다'는 스님의 말은 이런 나의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했다. 타인의 평가는 나의 작업물을 향한 것이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걸 받아들이자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 이전보다 덜 두려워졌고, 일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실수하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매번 나를 갈아 넣으며 일했는데, 그런 습관도 조금씩 변해갔다.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 일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나 자신과 동일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온 일은 마무리지을 때까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끝내지 않으면 계속 허둥지둥이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어떤 일을 해도 다 마무리한 것 같지 않은 느낌에 마음이 계속 바쁘다. 그러다 보니 체력의 한계를 느껴도 아등바등 일을 한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마무리지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늘 피곤을 달고 산다. 일하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하면 되는데.. 늘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일을 하니..ㅠ 나를 좀 냅두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는 연습도..

 

 

p.75

'돈은 저축할 수 있지만 행복은 저축할 수 없다'는 말처럼 재미와 행복은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재미와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시간이 흘러서도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오늘 내가 할 일은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 일이다. 오늘 누리지 않으면, 내일도 누릴 수 없을 테니까.

 

p.98

엄마가 마음이 편안해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엄마는 왜 죽는지, 왜 사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신이 하는 일이니까. 다만 엄마는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만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아낌없이 살았다.

 

작가님을 처음 뵀을 때도 느꼈었지만 참 나랑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늘 누리지 않으면 내일도 누리지 못 한다는 생각.. 당장 죽는다 해도 아쉬운 것이 최대한 적도록 오늘 하고 싶은 일은 나도 내일 미루지 않으려고 한다. 떠올랐을 때 되도록이면 행하는 편이다. 그런 식으로 나는 나를 아끼기로 했다.

 

 

p.110

작가님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고, 내 고민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뜸, 지금 내 상황을 솔직하게 써서 이메일을 보냈다. 작가님은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어 나를 만나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겪는 불안은 누구나 언젠가 겪어야 할 불안이고, 다만 나는 그 불안을 조금 일찍 겪고 있는 것뿐이라고.

"너무 불안해 말고 지금 이 시간을 현우 씨 자신을 알아가는 데 사용해보세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눈에 또렷이 보이는 것이 없을 때 이 말을 들었다면 나는 조금 덜 힘들었을까.. 하지만 나는 스무 살 이후로 늘 불안을 달고 산다. 작가님 말씀처럼 누구나 언젠가 겪어야 할 불안이 아닌 그냥 늘 함께하는 불안으로 인정하고 나면, 가끔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불안이 크게 훅~ 일어도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게 된다.

 

 

p.117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괴테의 이 말을 보았을 때 나는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니까. 하지만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어도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그건 바로 삶을 잘 누리기 위해서다. 삶을 잘 누리려면 항구에 꽁꽁 묶여 있는 불안이라는 닻을 풀어줘야 한다. 닻을 풀면 어디로든 흘러갈 것이고, 곧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테니!

 

존재의 이유까지는 너무 어렵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안다. 태어났으니까. 태어났으니까 살아가야 한다. 적어도 내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한 나도 살아있어야 한다. 그게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다. 그리고 기왕이면 이 삶을 잘 누리고 싶다.

 

 

p.193

그날 이후로, 말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었다. 꼭 전하고 싶은 제안이 있으면 "이렇게 해보자!"가 아니라 "이건 내 생각인데……"하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고, "물론 꼭 해야 한다는 건 아니야"라는 말을 꼭 덧붙였다. "이건 내 생각인데"라는 말에는 '이건 내 생각일 뿐 네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고, "꼭 해야 한다는 건 아니야"라는 말에는 '얼마든지 거절해도 좋아. 선택권은 언제나 너에게 있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윤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하면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라고 밀어붙이는 대신 "그래, 이건 너한테 너무 힘드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말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이 말하기를 본받기로 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이 담긴 말이라도 말투나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니까.. 조금 더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말투를 내가 무의식중에도 말할 수 있게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요거는 2019년 류하윤 작가님 도움으로 만들었던 [로맨스는 별책부록] 명대사 사진집. 이거 만든지 얼마 안 되어서 대본집이 나와 조금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나는 뿌듯하다. 드라마나 대본집과는 다른 감동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언젠가 또 해보고 싶다. 그때는 XX가 아닌 Ι Ι 모양으로..ㅎ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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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작가님을 직접 만났기에 이 책은 더욱 특별한 책이 되겠어요. 그보다 져니님이 만드신 대본집이 무척이나 탐나요. 저런 건 세상에 단 하나뿐이잖아요. 아무리 대본집이 나왔다 하더라도 말이죠.

    2022.04.26 21: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오. 만난 적이 있는 분의 책. 어떤 느낌일까요.

    2022.05.03 21:4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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