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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도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유진 옐친 저,그림/김영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학교에서 영웅의 아들이자 뛰어난 학생으로 촉망받던 사샤는 그토록 간절히 꿈꾸던 소비에트 소년단 입단을 하루 앞두고 아빠가 비밀경찰에게 끌려가면서 사샤의 운명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사샤는 분명 누군가의 실수로 아빠가 끌려간 거라고, 위대한 지도자이자 스승인 스탈린 동지가 모든 것을 바로잡아 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다음 날 학교에서 사샤는 소년단 발대식에서 쓸 소년단 깃발을 가지고 교실로 돌아가다가, 실수로 깃대를 놓치면서 학교 중앙 현관에 놓인 스탈린 동상의 ‘코’를 부러뜨린다.

 

 스탈린 동상의 ‘코’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사샤 앞에 나타난다. 사샤는 스탈린 동상의 ‘코’에게 아빠는 죄가 없고, 자백할 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는 루비얀카 교도소에서는 누구나 자백을 한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 대표들을 집무실에서 만난 이야기를 해준다. 노동자 대표들이 떠나고 나서 담배 파이프를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케이비자 국장을 불러 노동자들이 간 뒤에 담배 파이프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십 분 뒤,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거기에 담배 파이프가 있어서 케이비지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담배 파이프를 찾았다고 말하지만 국장은 노동자 대표들이 이미 자백을 했다는 말을 한다.

 

 이 이야기는 책 속에 등장하는 국어 교사인 루즈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르치셨던 고골의 단편 소설 ‘코’를 생각나게 했다. 어떤 사람의 코가 군복을 차려입고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라도 되는 듯이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스탈린의 ‘코’같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따른 나머지, 옳고 그름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교실 안의 아이들 모습이 그 소설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똑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탈린 동상을 망가뜨린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교실에 의심스런 친구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내라는 지시와 학교에 침입한 스파이를 잡겠다고 비밀경찰까지 출동. 그 과정에서 담임선생님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가 범인으로 몰리는 일까지. 사샤는 그제야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교실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일들에 눈뜨게 된다. 그리고 사샤는 비밀경찰로부터 소년단이 되고 싶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행위를 신고하라고 종용받는다. 하지만 사샤는 소년단 입단을 포기하고 교도소에 갇힌 아빠를 면회 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따랐던 체제가 거짓과 공포로 만들어진 세계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은 절대 권력으로 소년을 공포에 몰아넣은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열 살 소년 사샤에게 일어난 이틀간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무척 얇은 책이다. 하지만 책 속의 어린 사샤의 천진한 눈을 통하여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 낸 절대 권력의 허상을 교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완벽한 교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배우는 것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해져 버린 우리 시대 교실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진실을 따르는 사샤의 선택을 보면서 우리 청소년들도 수많은 선택 앞에서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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